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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끝없는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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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업은 영원한 미완성품이다. 부단한 탈바꿈의 노력없이는 기업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없다.
오늘의 성장산업이 내일의 성장산업일 수 없고 어제의 경영기법이 오늘의 기업환경에도 들어 맞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기업이 새로 생기고 무너지는 가운데 세계적규모로 성장한 기업들의 성공사에는 부단한 자기혁신의 노력이 배있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젠 기업의 고유영업이라는게 없다. 밝고 유망한 기업변경을 찾아 부단히 이동하는 것이다.
기업변신이 반드시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체질과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변신이 실패로 끝난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변화의 물결을 재빨리 감지하고 대처하는 적응력이 없는 대기업은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공룡과 다를 것이 없다.
올바른 기업변신은 지극히 힘든 일이지만 또한 대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회피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 최대의 기업인 미국의 엑슨사도 변신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엑슨, 두차례 큰 타격>
석유메이저인 엑슨이 두차례의 오일쇼크에서 얻은 경험으로 업종다양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79년이었다. 성장산업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던 전자업종에 뛰어들기 위해 엑슨은 79년 12억달러를 들여 리라이언스 일렉트릭사를 매입했다. 그러나 장미빛전망과는 달리 신제품개발에 실패, 엑슨은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됐고 현재도 최악의 합병사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엑슨의 또 하나의 실패작은 대체에너지개발의 일환으로 이뤄진 쉘오일탐사작업이다. 엑슨은 이탐사에 80년이후 무려 2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예기치못한 유가안정등으로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결국 개발계획을 중단했다. 83년 매출액 8백96억달러, 순익 54억달러라는 세계최대의 덩치로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엑슨은 결국 본업인 석유로 돌아가 해외유전개발분야에서 만회를 노리고 있다. 일단은 실패로 끝났지만 석유메이저로 막강한 지위를 누려온 엑슨이 보여준 기업변신의 노력은 기업경쟁에서 정상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타낸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미2위의 기업으로 83년매출액이 7백45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의 GNP를 웃도는 GM도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본업인 자동차분야는 물론 정보처리산업. 로봇. 공장자동화.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제조 및 설계)등 새로운 사업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GM은 일본의 소형차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키위해 소형. 저가의 신형자동차 개발에 나서는 한편 일본의 도요따 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차렸고 한국의 대우그룹과도 1억달러의 합작투자를 계획하는 등 미국지상주의에서 탈피, 해외시장에 적극적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파낙스와 합작, 로봇산업에 참여했고 올해는 무려 25억달러를 투입, EDS(일레트로닉 데이터 시스팀즈)사를 매입, 정보처리 분야에 뛰어들었다. GM은 자체의 데이터처리 예산만도 년간 60억달러를 사용하고 있어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처리 분야에서도 왕좌를 꿈꾸고 있다.

<년간 60억불 투입>
GM의 전략은 자동차분야에 하이트크부문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일렉트로닉스 데이터처리등으로 업종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해 90년까지는 적어도 전체매출의 10%이상을 자동차 이외부문에서 올리겠다는 것이다.
세계최대의 유통업체인 미국의 시어즈로백사도 변신과정을 맞고 있다.
소매업과 금융을 연결하는 종합서비스망을 세우겠다는 것이 시어즈의 계획이다. 시어즈사는 지난 81년 10월 미국최대의 부동산중 개회사인 골드웰뱅커를 1억7천5백만달러에, 미5위의 증권사인 레널즈사를 6억6천7백만달러에 매수해 금융부문을 대폭적으로 확충했다.
이와 함께 변신을 달가와하지 않는 중견간부등을 대거 퇴직시켜 년간 1억2천5백만달러의 관리비를 줄였고 유통망개혁을 위해 17억달러에 달하는 대대적인 투자를 개시했다.
시어즈는 금융부문의 확충을 기존 유통망과 연결시켜앞으로는 미국의 3천9백만명에 달하는 고객에 대해 상품구매는 물론 투. 융자, 예금 보험등을 일괄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세계최대의 컴퓨터메이커인 IBM도 기존의 컴퓨터 부문에 대한 대규모의 연구개발투자는 물론 통신부문과의 연결로 C&C(컴퓨터 앤드 커뮤니케이션)개념을 도입, 90년대에 1조달러로 예상되는 정보산업에서 AT&T사와의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최대의 통신회사인 AT&T가 최근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의 주식 25%를 매입, 올리베티 퍼스널 컴퓨터의 미국내판매에 나서는 등 컴퓨터분야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IBM과 AT&T라는 양대 거인이 C&C분야에서 기업사상 최대의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고지선점을 노려>
IBM도 대형컴퓨터위주에서 81년부터 퍼스컴부문에 진출, 막강한 기술과 판매망으로 불과 2년만에 선두주자였던 애플사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서는 등 컴퓨터부문자체의 다양화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생산에서 판매까지를 직접맡아하던 전략을 수정, 해외자회사의 독립기능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통신장비메이커인 롬사와 컴퓨터칩메이커인 인텔사의 주식을 각각 22. 7%, 20% 씩 매입, 20세기 최대의 산업으로 예상되는 정보산업에서 고지선점을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힘으로는 IBM과 맞설 수 없는 컨트롤 데이터, 디지틀 이퀴프먼트, 허니웰, 모토롤러 등은 MCC라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연합전선을 구축한 컨트롤데이터등 18개사의 면면을 보면 모두 매상이 수십억달러씩에 이른 거대기업이지만 그 정도의 힘으로는 대결이 불가능할만큼 IBM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MCC에 포함된 18개사의 83년도 총매술액은 8백78억달러로 IBM(83년매출 4백2억달러)의 약2배다. 이들이 공동으로 자금을 투자, IBM에 맞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서는 결국 각개격파식으로 무릎을 끓을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미국에서는 보기드문 기업현합을 만들어 냈다.

<연구비 년간 10억불>
유럽에서도 이같은 위기의식은 마찬가지다.
올2월EC(유럽공동체)는 이른바 ESPRIT(유럽정보통신개발전략)를 설립, 앞으로 5년간 6억4천만달러를 투입해 컴퓨터와 데이터통신등의 연구개발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어찌보면 유럽대륙전체가 하나로 뭉쳐 IBM이나 AT&T같은 미국의 대기업과 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서독의 지멘스 1개사만도 3만명의 연구진을 쏟고 있고 훽스트사의 하루연구비가 우리돈으로 13억원에 이르지만 이정도 규모로도 세계정상을 노리기는 힘이 부친다는 얘기다.
하루는 커녕 년간 10억원을 넘는 연구비를 쓰는 회사도 흔치않은 우리현실로서는 어찌보면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릴 정도다. 그만큼 세계의 벽은 높고 두렵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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