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의 한국인(5)|진통겪는 신앙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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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시카고의 한 주간지는『수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크게 실었다. 이 기사는 83년2월 어느날 서북 한인감리교회구내에서 이 교회 집사와 신도회 회장사이에서 벌어진 유혈난투극을 사건으로 다룬 재판을 계기로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싸움에서 신도회장이 입은 상처를 『왼쪽 허벅지를 칼에 찔리고, 손가락이 골절되고 아랫입술이 3분의1가량 물어 뜯겼다』고 쓰고있다. 집사쪽은『오른쪽 눈썹 위에 다젓바늘을 요하는 상처를 입고 윗입술이 물렸다』고 한다.
신앙생활을 위한 성소에서 그런 야비한 폭행이 일어난데 대해 한 한인 변호사는『한마디로 그것은 수치』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이 신문은 그 표현을 빌어 이 기사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사건은 지극히 불행한 예로서 재미 한인교회의 실상을 왜곡시키는 희귀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재미 한인교회가 존재하고있는 현실적인 바탕을 엿보게 해 준다.
그 바탕이란「세속성」이 목회활동의 중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회적 특수성이다.
60연대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인의 미국이민은 한국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교열을 여러 곱으로 확대시킨 형태로 미국에 옮겨왔다.
분쟁 땐 새 교회 생겨
교회는 신앙생활의 필요에 의해서, 또 보다 이기적 동기에서 급속히 늘어났다.
10여명의 신도롤 모아 지하실에서 예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교회가 탄생하기도 하고 기존교회에서 조그만 분쟁만 있어도 분파가 나와 새 교회를 설립했다.
인구 4만 정도의 워싱턴 지역에는 현재 52개의 교회가 있는데 금년들어 5개가 더 생겼다.
현재 전미국내 교회수는 1천2백개나 되는데 신도수는 교회당 1백명 정도라고 워싱턴한인장로교회 김택용목사는 추산했다.
교회의 주된 사업이 전도에 있는 이상 개척교회가 많이 생기는 것은 그 자체로서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교세확장이 세속적인 동기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가끔 나타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워싱턴 YMCA의 김준영총무는 방미중의 목사가 미국영주권을 얻기 위해 교회를 세우는 경우, 교회를 하나의 직장으로 삼으려는 경우 등이 그런 예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기독교 신도의 전 인구에 대한 비율은 대개 27%정도인데 미국에서는 48%정도쯤 된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신도가 아니던 사람이 미국에 와서 갑자기 신자가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그 주된 이유는 미국이란 전혀 이질적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교민들이 겪는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를 교회를 통해 해결하고 이민족 사회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절실한 필요 때문이다.
신앙보다 친목성격
그래서 미국에서의 목사의 역할은 본래의 기능 외에도 새로운 교포에게 아파트를 구해주고 취직을 시켜주고 경찰과 문제가 생겼을 때 통역을 해주고 이민국과 문제가 생기면 중재에 나서는 등 신도의 생활전반에 미친다.
이런 관계를 통해 교회와 관계를 맺는 신도들의 경우 목회란신앙보다는 친목회의 성격을 띠게된다고 볼티모의 한 교회 장로인 H씨는 지적했다.
이와 같은 신도와 교회간의 상부상조관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이른바『친교시간』이다.
재미 한인교회에서는 예배가 끝나면 반드시 다과를 놓고 1시간쯤 친교시간을 갖는데 이때 신도들은 지난 1주일동안 미국인사이에서 외토리로 생활하면서 느낀 소외감을 해소하고 각자가 당면한 문체에 대한 도움도 받게된다. 그래서 이 시간도 지극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능이 안고있는 세속성은 동시에 부작용의 소지도 안고 있다. 미국의 정치사회에 아직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한인사회에서 교회는 교민들이 발휘하고 싶은 『지위』를 표출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되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로·집사·권사 등 여러 가지 직위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지위」의 상징이 되고 거기에서 이른바 교회내의 권력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수치』의 소재가 된 시카고한인교회사건이나 2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담임목사파와 부목사파간의 교회소유권을 둘러싼 송사 등이 그런 예다.
떠났다고 울지 말라
이와 같은 극단적인 예에는 미치지 않는 경우로, 신도들이 조그마한 목회운영상의 견해차이로 친지들을 이끌고 떼지어 다른 교회로 옮기는 사례는 흔히 있다.
워싱턴의 J목사는 그래서『새 교인 나왔다고 좋아하지 말고 우리 교인 떠났다고 울지 말라』라는 농담이 목사들 사이에 오간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진통에도 불구하고 재미 한인교회의 발전가능성은 크다고 워싱턴의 조영진목사는 말했다.
『미국의 선교대상지였던 한국교회가 이제 성장해서 미국에 역선교활동을 할 수도 있고 세계적으로는 한인2세들이 제3세계선교활동을 맡을 적임자』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장 두 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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