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이 황홀한 생명의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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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생명의 미래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350쪽, 1만5000원

"헨리! 이름을 불러도 결례가 되지는 않겠지요? 당신의 글은 항상 친근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월든'은 이따금 예언자적인 분위기를 띠지만, 누군가처럼 군중에게 하는 연설로 읽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다섯 세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인간조건을 그린 예술이자, 성서에 버금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메시지의 무게가 달라진다. '생명의 미래'가 그렇다. 기존의 모든 인문.사회과학을 합친'새로운 생물학'의 꿈을 담은 '통섭(統攝)'의 저자는 이 책에서 지속 가능한 자연과 생명에 대한 비전을 말한다. '인간.자연의 공생' 정도는 익히 안다고 단정하지 말자.

큰 학자 윌슨(전 하버드대 교수)은 앞의 인용문처럼 '월든'의 녹색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하는데, 그 호소력이 예사롭지 않다.

멸종 위기의 뭇 생명들을 대신하는 탄원은 윌슨 특유의 사려깊음이 곁들여져 깊은 울림으로 연결된다. 독설도 마다 않는다. "사람이 점령한 에덴은 도살장에 다름 아니었다"는 것이고 "논쟁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고, 이제는 경제주의자와 환경주의자가 의기투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책을 채운다. 인류는 지구 환경의 '탕아 소유주'가 아니라 '성실한 관리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지적이며, 놀라운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책 앞에 누가 감히 "노!"할 수 있겠는지….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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