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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형과 일본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한 외국신문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케네드·애로」 교수와 함께 「첨단 기술산업의 미·일 비교」를 테마로 연구하고 있는 한 일본학자가 일본경제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우선 기술수준을 놓고 미국과 일본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 흥미 있다.
일본의 기술개발은 몇 가지 특색을 갖고 있다. 하나는 기술도입의 비중이 높다는 것, 또 하나는 기존제품의 생산 프로세스(과정)를 개량해 코스트다운 (원가절감) 과 품질·성능의 향상, 불량품의 감소 등을 꾀하는「프로세스 이노베이션」(공정발명) 지향형이라는 것이다.
기술개발은 어느 경우나 3단계를 거쳐야한다. 착상, 연구, 개발「착상」은 연구자 개인의 아이디어를 말하며, 「연구」는 그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조사하는 일이고,「개발」은 실현 가능한 아이티어의 이윤 기여도를 조사하는 일이다.
일본의 프로세스 이노베이션형 기술은 바로 이 3단계 중에서「착상」과「연구」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기본적인 특허의 구입, 기술원조, 제조방식, 설비기계, 품질규격, 시험규격에 관한 노하우를 외국에서 도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연구자의 개인적 착상과 공명, 그리고 연구과정을 충실히 밟는, 프로덕트 이노베이션형 기술이다. 프로세스를 개량하는 일본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원천적으로 프로덕트의원형을 만들어내는 기술에 능하다.
프로덕트 이노베이션은 몇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한다. 미국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발명, 기존질서에 도전하는 용기, 에스태블리시먼트에의 불복종이 용납되는 사회. 이를테면 자신과잉, 과대망상, 자유분방, 편집광, 괴짜기질 등이 그런 것이다.
미국은 원래부터 프로덕트 이노베이션에 강한 나라는 아니었다. 미국의 기술 발달사를 보면 19세기 영국의 공업기술을 도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영국 산업혁명이 이룩한 결과들을 받아들여 개량하는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의 과정을 철저히 밟았다. 미국에서 「T·에디슨」과 「A·G·벨」같은 세기적인 발명가들이 나타나는데는 그후 50년의 시간이 걸렸다.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에서 「프로덕트 이노베이션」으로 전환하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뒤퐁사가 나일론을 발명하는데는 또 다시 50년의 세월이 지나야 했다.
우리나라도 62년부터의 기술도입액이 2천8백12건에 9억 달러가 넘어섰다. 그러나 일본에 비하면 아직도 미미한 숫자다.
기술입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가. 아니, 어느 길로 가는 것이 현명한가. 정책 입안가 들이나 경영자들은 그런 원점에서 기술개발을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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