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 사회당 위원장 방북 결산|김일성의 위장평화 제스처 재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 사회당의 「이시바시」위원장이 5일간의 북한 방문을 끝내고 22일 귀국했다.
그의 이번 북한 방문은 전두환 대통령의 방일(6∼8일)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북한이 합영법 (합작투자관계법)을 채택 (8일), 대외개방정책으로의 자세전환을 표명하고 남북한간에 수해지원물자 인도를 위한 적십자회담 (18일)이 열리는 등 한반도정세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일본정부는 전 대통령 방일 이전부터 북한과의 비정치적 교류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기회 있을때마다 표명했으며 전 대통령 방일 중 (7일 정상 회담) 에도 이 같은 기본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만큼 사회당위원장의 북한 방문은 대한관계를 정리한 후의 일본의 대북한 정책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 될 것인가를 가능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인식됐었다.
사회당은 물론 집권자민당과는 기본정책에서 궤도를 달리하는 야당이나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스스로 일본정부·자민당의 대 북한 창구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방문 전 「이시바시」위원장은 방북의 목적에 대해 3가지를 들었다. 첫째 중단상태에 있는 일·북한 민간어업협정의 재교섭, 둘째 사회당의 대한 관계개선에 관한 북한의 양해를 얻는 것, 셋째 일·북한간 관계개선을 위한 교량역할이다.
그러나 「이시바시」위원장이 18일 북한 땅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북한은 예상을 넘은 환대와 선심공세·선전공세로 사회당 방문단을 압도, 「이시바시」와의 회담을 자기 페이스로 끌고 갔다.
김일성은 『어업협정 문제는 대단한게 아니다. 일본이 북한대표단의 입국문제를 가지고 이러 쿵 저러 쿵하면 평양에서 회담하자』고 시원스럽게 선심을 쓰고(19일 회담) 『대결 상태에 있는 미·북한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18일 환영 만찬) 『일본과 우호관계를 맺고 싶다』(20일·단독회담)고 미일에 대해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며 「이시바시」를 회유했다.
김의 선심공세와 환대에 감격한 「이시바시」위원장은 최면술에 걸린 환자처럼 김의 지시에 따를 것을 약속, 일의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이 남침의 의사가 없으며 미국과 관계개선을 진심으로 희망하고있고 서방측과 경제교류를 갖고 싶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 스스로 김일성의 심부름 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김은 18일 만찬회에서 일본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미국의 2개의 한반도정책에 추종, 남북한 UN동시가입 등 분단을 고정화시키려 한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한반도문제에 대해서도 연방제 수립이라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수해지원물자 인도문제도 이를 선전의 도구로 삼으려다 한국정부의 반발에 부닥치자 방향을 바꾸어 한국의 요구에 응하는 척하면서 「아시바시」에게 이 점을 강조, 계속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허담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등 북한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이 평화공세와 선전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 전대통령 방일로 대한관계를 정리하고 다음의 외교목표를 북한에 두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일본의 접근을 쉽게 하려는 환경조성에 속셈이 있다.
북한은 랭군사건이래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2차 7개년 계획의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북한은 일본의 양다리외교, 이중외교를 자기 나름대로 역이용,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일본의 자본·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난국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속셈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북한은 한반도에 위기가 없다는 인식을 미일 등 서방국민들에게 심어줌으로써 미군철수압력을 가중시키고 한국의 입장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속셈도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반도 적화통일 이라는 기본자세에 변화가 없는 한 개방정책도, 교차교류도 북한의 기본전략의 한 도구에 불과 할 것이라는데 있다.
특히 경계해야할 것은 중공이 한국과 스포츠교류 등을 하고있으니 일본도 북한과 관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다. 중공과 한국의 관계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데 비해 일본은 이미 북한과 경제·인적교류를 계속해온 입장이다. 교차교류는 어디까지나 균형을 중시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국내에서는 「이시바시」위원장의 방북결과 어업협정의 재개는 물론, 무역사무소의 상호설치, 기자교류가 임박했다는 추측이 강력히 나돌고 있다.
다른 어느 때 보다 경계심을 높여야할 때인 것 같다. 【동경=신성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