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수요일] 대학 학보, 중앙일보 1면을 편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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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신문 1면은 해당 신문사의 역량이 집중된 결과물입니다. 뉴스 가치가 가장 높다고 판단된 기사가 1면에 배치됩니다. 하지만 종종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1면이 젊은 독자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기사일까. 20~30대 청춘 세대의 시각에서 중앙일보 1면은 어떻게 읽히고 있을까.

청춘리포트가 연세춘추(연세대)·부대신문(부산대)·고대신문(고려대) 등 대학 학보사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중앙일보 편집국장이라면 1면을 어떻게 꾸미겠습니까’.

이들 학보사 기자는 5월 13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들을 검토해 1면을 재편집해 보내 왔습니다. 대학 언론의 시각에서 재편집된 중앙일보 1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청춘리포트팀 소속 손국희(전 연세춘추 편집국장)·윤정민(전 부대신문 편집국장)·김선미(전 고대신문 정기자) 기자가 후배들을 만났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foneo@joongang.co.kr

8년 전 우리는 대학생 기자였다. 매주 학보를 채울 새로운 기사를 찾아 캠퍼스를 뛰어다녔다. 금요일이면 좁은 편집국에서 선후배들과 머리를 맞대고 밤새 신문을 만들었다. 날이 밝아올 무렵, 인쇄된 지 얼마 안 돼 따끈따끈한 신문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더 좋은 지면을 만들자”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학교 대신 학보사를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단지 농담은 아니었다. 기성 언론과 다른 시각에서 기사를 써 낸다는 자부심으로 대학생활 대부분을 고스란히 학생 기자로 보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는 중앙일보 기자가 됐다. 우리의 활동무대는 대학에서 사회로 변했다. 취재현장에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대학생 기자 시절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19일 열린 ‘2015 대학신문 콘퍼런스’에 42개 대학 학보사 87명의 학생기자가 모였다. ‘8년 전 우리’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들에게 신문은 무엇인지, 그들이 바라보는 기성 언론은 어떤 모습일지. 우리가 몸담았던 고대신문·부대신문·연세춘추 편집국 학생 기자들이 5월 13일자 중앙일보 1면을 새로 만들어 봤다. 중앙일보 1면과 똑같은 학보사는 한 곳도 없었다.

 고대신문은 ‘네탓 공방에 민생 법안은 뒷전’을 메인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여야의 다툼 속에 5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하루 만에 산회하고, 법안 57건 중 3건만 처리된 현실을 꼬집었다. 본지에선 4면에 실린 기사였다.

 사이드 기사의 제목은 ‘대학구조개혁 어디로 가나’였다. 두 번째 사이드 기사는 본지와 동일한 ‘이완구 내일 소환’으로 뽑았다. 조소진(21) 고대신문 편집국장은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사실은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에게 당장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라고 생각했다”며 “젊은 독자층을 고려해 대학구조개혁이 갈팡질팡하는 현실을 사이드 기사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부대신문은 ‘홍준표 불구속 가닥, 성완종 게이트 이대로 끝?’을 메인 기사로 꼽았다. ‘민생법안 달랑 3건 처리’ ‘대학구조개혁법안 국회통과 불발’은 각각 사이드 기사로 배치했다. 박성제(21) 부대신문 편집국장은 “온 국민의 관심사인 성완종 게이트 문제가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해 메인 기사로 배치했다”며 “지도층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도 담아 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연세춘추는 본지 지면에 실리지 않은 ‘박근혜 불법 대선캠프 운영 의혹 논란’을 메인 기사로 뽑고 싶었다고 전했다. 조가은(22) 연세춘추 편집국장은 “중앙일보 지면엔 없었지만 대선 당시 박 후보의 공식선거 사무실 외에 불법 캠프가 운영됐다는 의혹은 파장이 큰 사안이라 사실 여부를 가려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이 50%에서 40%로 축소됐다는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5월 임시국회 본회의서 법안 3건만 처리’라는 기사도 하단에 뽑았다. 조 편집국장은 “근현대사 비중 축소는 여러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올 이슈라고 판단했다”며 "공무원 연금논란 속에 민생법안이 표류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기자 37.9% “청년 문제 관심 가져달라”=대학신문 콘퍼런스에 참여한 학생 기자 87명을 상대로 기성 언론에 대한 바람, 대학 언론의 현실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66명)의 37.9%는 기성 언론이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분야로 ‘일자리·등록금 등 청년 문제’를 꼽았다. 대학생 기자의 80.3%는 ‘과거에 비해 학보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손국희·윤정민·김선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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