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총련 출범식 사실상 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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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단체인 한총련의 출범식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던 경찰이 학생들의 교내 진입을 허용하는 등 행사 개최를 사실상 묵인했다.

11기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범식 행사를 위해 30일 오후 8시쯤 개별적으로 연세대에 집결한 소속 대학생 3백여명은 풍물패를 앞세우고 연세대 정문에서 나와 신촌 로터리 쪽으로 가두 행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갑작스러운 학생들의 행동에 한동안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

한총련 학생들은 신촌 로터리 부근에서 경찰과 15분간 대치한 뒤 경기대 등에서 집결한 1천여명과 합류해 다시 연세대 쪽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연세대 정문 앞에서 10분 정도 학생들을 가로막았지만 바로 길을 텄고, 한총련 대학생들은 아무런 제지 없이 '국보법 철폐' 등 구호를 외치며 연세대로 진입했다. 당시 연세대 주변에는 경찰 36개 중대 4천3백여명이 배치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원천봉쇄가 원칙이지만 인원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털어 놓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대책회의를 열고 한총련 학생의 출범식 집결을 차단하고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검거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경찰은 행사장인 연세대에 타 대학생이 집단으로 출입하는 것을 막는 등 사실상 집회를 원천봉쇄, 행사 규모를 최소화할 계획이었다.

한편, 한총련 대학생 5천여명(경찰 추산)은 오후 9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송영길 민주당 의원 등 전대협 의장 출신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총련 출범 10주년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어 31일에는 오후에 신촌에서 학술.문화제를 진행하고 연세대와 서강대교를 잇는 6.15㎞ 구간 마라톤 행사를 개최한다.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반전.평화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연세대에 집결, 11기 한총련 출범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철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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