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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남북관계 물꼬 틔울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 개성공단을 방문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경의선 육로로 공단을 찾아 입주기업을 둘러보고 북측 근로자들도 격려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 총장은 8명의 역대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 처음 북한을 찾는다. 이번 그의 행보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한편, 미국의 ‘전략적 무관심’으로 외교무대에서 소외돼온 북한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을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반 총장 측은 유엔 뉴욕 채널을 통해 북측에 방북 의사를 타진해 동의를 얻었고, 우리 정부도 적극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한마음으로 그의 방북을 지원한 것이다.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다.

 최근 남북관계는 정부가 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의 대북 비료지원을 승인하며 대화 노력에 나섰음에도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와 현영철 숙청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3년차로 정부가 대북관계의 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반 총장이 개성공단에서 북측 고위 인사를 만나 남측과의 대화를 촉구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 간 고위급 대화와 8·15 공동행사가 성사된다면 분단 70주년을 맞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차기 대선과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구촌 평화 유지가 본업인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화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찾는 건 마땅히 해야 할 일의 하나다. 반 총장이 2013년 남북 간 긴장고조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즉각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폐쇄 조치가 풀리자 누구보다 앞서 축하메시지를 발표한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끊어진 남북을 잇는 유일한 생명선인 만큼 어떤 정치적·군사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서울과 평양은 반 총장의 이런 뜻을 깊이 헤아려 그의 개성공단 방문이 남북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