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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살아보니] 축제·파티는 휴식이 아닌 삶 그 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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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카니발이 끝나야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축제·파티는 잠깐의 휴식이 아닌 삶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브라질 카니발은 사순절 기간 중 보통 2월 전후에 5일 동안 치러진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축제가 유명하다. 브라질은 남반구에 있기 때문에 이 기간이 여름이다. 한국과는 반대로 12월부터 다음 해 2월이 여름, 6~8월이 겨울이다.

 카니발 기간 동안 상파울루는 정말 도시 전체가 들썩들썩한다. 카니발 공식 퍼레이드장도 볼거리가 많지만 길거리 카니발이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카니발 공식 퍼레이드장 입장권은 좋은 좌석이 700달러(한화 약 77만원)까지 한다. 비싼 입장료를 낼 수 없는 젊은 사람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그들만의 독특한 카니발을 연다. 밤새 춤추고 즐기면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그렇다고 일년 내내 카니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니발이 끝나면 상파울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상파울루는 브라질 안에서 또 다른 브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은 초고층 빌딩이 마천루를 이루고 금융을 비롯해 각종 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일상 생활에서 축제·파티는 축구로 이어진다. 정말 브라질 사람은 축구 빼면 시체라고 할 정도로 축구 사랑이 대단하다. 브라질리그 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수요일과 주말 저녁이면 브라질식 치킨 요리를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며 시끄럽게 응원하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브라질이라고 해서 열대우림 같은 날씨를 상상하겠지만 상파울루는 해발 800m에 위치해 날씨는 생각보다 쾌적한 편이다. 겨울인 6~8월은 평균 15도℃ 정도이고 여름인 12~2월은 더울 때는 35℃까지 올라가지만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그늘 안에 있으면 시원하다.

 상파울루는 크게 5개 지역으로 나뉜다. 시청·대법원·중앙은행 등 행정 기관과 대기업과 영사관이 몰린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동서남북 네 지역이 더 있다. 남쪽 지역이 초호화 주택이 밀집된 상파울루의 대표적인 부촌이다. 이곳에 유명 사립학교와 국제학교가 많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방 두세 개의 70㎡(21평) 아파트 월세가 부촌인 남쪽 지역에선 평균 7800헤알(한화 약 280만원), 동북 지역에선 2000헤알(한화 약 72만원)로 지역에 따른 차이도 큰 편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생필품 구입에 평균 4000~5000헤알(한화 약 150~180만원)정도 쓰는 것 같다. 매달 나가는 1500~4500헤알(한화 약 55만~160만원)의 사보험도 부담이 크다. 브라질은 유학생도 무료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의료 관련 법과 제도는 잘돼 있지만 병원에서 무료 진료 한 번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시스템은 엉망이다. 무료 의료 기관의 시설과 질도 낮은 편이라 대부분 사보험에 들고 사립병원을 이용한다.

 브라질 중산층 이상 시민들 대부분은 사교클럽에 가입한다. 사교클럽은 경제적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운동·취미·사교모임·사회봉사 등을 함께하는 일종의 지역 커뮤니티다. 자녀들의 예체능 클럽 활동도 사교클럽에서 많이 하는 편이다. 일정 금액의 가입비와 연회비를 내야 하는데, 최고급 시설을 갖춘 사교클럽의 경우 가족 단위 가입비가 5만 헤알(한화 약 180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전통과 가문을 중시하는 사교클럽도 있다. 이런 곳은 돈보다 어떤 가문인가를 중요하게 본다. 어떤 한 사교클럽에선 유명 축구 선수인 호나우두 가족의 가입을 거부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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