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의 흡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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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고교학생들의 흡연문제는 어제 오늘의 것은 아니다.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담배라는 기호품이 대중화된 이후부터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중·고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맡고있는 일선교사들은 이제 학생흡연을「소수의 비행」으로 단속만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하고있다.
기자가 취재 차 만난 서울시내 K고교의 생활지도담당 김모 교사(44)는 『교복·머리모양자유화이후 학생 흡연인구가 부쩍 늘어나 이제 남자고교의 경우 평균 30%이상』이라고 했다.
적발되면 야단을 치고 심하면 정학처분을 하는 소극적인 징벌의 방법으로는 이 같은 학교내 흡연 대중화 (?) 의 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흡연 연령도 갈수록 내려 중학초급학년에서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가하면 남자의 전유물이던 시대를 벗어나 여대·여고에서도 담배가 「멋」으로 행세하게끔 됐다.
학생 흡연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한창 자라는 성장기에 있고 배움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담배의 해독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수년 전부터는 전세계 적으로 담배추방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비행기·열차·사무실 등 곳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죄인(?)취급을 당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담배공해로부터 비흡연자의 인권보호조차 거론되고있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 우리 청소년학생들이 결코 유익하다고 할 수 없는 흡연의 악습에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 흡연은 성장기에 있는 그들의 정신·육체적 발육을 결정적으로 저해하고 본연인 학업에의 의욕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더 많은 비행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일찍 배운 담배는 나중 어른이 된 다음에도 마약 등 약물의존성을 높인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서울시교위가 이같이 심각한 학생흡연문제의 대책으로 학교건강관리소에「금연학교」를 부설, 운영키로 했다는 보도 (20일자 중앙일보7면) 가 나가자 시민·학교관계자·학생들로부터『언제 문을 여느냐』『하루라도 빨리 운영해 달라』는 등 문의·격려전화가 시교위와 신문사에 빗발쳤다.
각 학교에서 위탁하는 상습 흡연학생들을 입교시켜 매일 방과후 2시간정도씩 1주일이상 체계적으로 금연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은 종전의 적발·처벌의 대책보다는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성과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미 담배를 배운 뒤에 끊는 것을 가르치는 것보다 처음부터 배우지 않게 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 성교육처럼 금연교육을 조기에 실시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그와 함께 학생들에게 담배를 배우도록 방조(?)하고있는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 같다.
잡초는 빨리 자란다. 나쁜 버릇은 쉽게 배워 쉽게 고치기 어렵다. 자라기 전에 뽑고 나쁜 버릇을 배우기전에 좋은 버릇을 길러 주는 것이 방법이라고 본다. <김국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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