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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절반 책임진다"…'야구천재' 이용규 향한 팬들 사랑

중앙일보

입력

'한화 이글스 야구의 절반은 이용규가 책임지고 있다.'

한 야구팬이 인터넷 기사 말미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반박글이 올라왔다.

'절반이 무엇인가. 7할은 하고 있다' '아니다. 8할은 된다' 는 반박에 이어 '아니다. 이용규 혼자 다 한다' 란 글까지 달렸다. 그러자 한 사람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이용규의 활약은 산술적으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한화 톱타자 이용규(30)는 요즘 '야구천재'로 불린다. 타석에서는 잘 친다. 주자로 나가면 잘 뛴다. 중견수 수비를 할 때는 잘 잡는다. 끝내기 승리를 거둔 지난 17일 대전 넥센전은 이용규의 쇼타임이었다. 4-6으로 지고 있는 8회 말 1사 주자 2루에서 볼을 하나 골라낸 그는 2구째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단순히 공을 맞히는 번트가 아니라 스스로 방향까지 조정한 기가 막힌 번트였다. 이 타구는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꿰뚫고 그대로 좌익수 쪽으로 굴러가 안타가 됐다. 그 사이 2루 주자 강경학은 3루를 지나 홈을 밟았다. 9회 초에는 넥센 고종욱의 안타성 타구를 재빠른 대시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는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한화는 이날 연장 10회 접전 끝에 7-6으로 역전승했다.

이용규는 18일 현재 타율 2위(0.356), 최다안타 1위(57개), 득점 공동 1위(38개)를 달리고 있다. 도루도 5위(10개)다. 무엇보다 선두타자로서 안타 제조 능력이 돋보인다. 지난달 22일 잠실 LG전 이후 2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144경기 동안 210개의 안타를 때려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건창(26·넥센)이 지난 시즌 128경기에서 세운 한 시즌 최다안타 기록(201개)도 넘어설 수 있다. 이용규는 "김성근 감독님이 '왼쪽 어깨와 팔이 처지거나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적을 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며 "(최다안타 기록은) 너무 먼 이야기다. 그저 매 경기 출루를 두 번씩 한다는 생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 팀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규가 올 시즌 한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투지 넘치는 플레이 덕분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이용규는 절대 웃지 않는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한다. 타석에 들어서면 끈질기게 공을 걷어내 투수의 진을 뺀다. 평범한 땅볼을 치고도 살기 위해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다. 또 볼넷을 골라 나가면 악착같은 주루 플레이로 내야진을 뒤흔들어 놓는다. 삼진을 당하면 씩씩거리며 더그아웃에 들어와 생수를 마시는데 소주를 병째 들이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용규가 경기 도중 유일하게 웃을 때는 홈런 친 타자와 더그아웃에서 하이파이브를 할 때다. 김성근(73) 한화 감독은 "이용규가 뛰는 모습에서 그의 집념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현재의 이용규를 키운 건 '먹튀' 논란이었다. 국가대표 부동의 1번타자였던 이용규는 2013년 시즌이 끝나고 한화와 4년 총액 67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그러나 어깨 회전근 수술로 정상적인 수비를 하지 못해 지난해는 지명타자로만 나섰다. 104경기에서 타율 0.288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용규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야구에만 집중하기 위해 7년 동안 애지중지했던 콧수염을 깨끗하게 밀었다.

이용규는 야구장에선 집념의 남자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자상한 가장이다. 지난 2011년 배우 유하나(29)씨와 결혼한 이용규는 아들 도헌(2)군을 두고 있다. 그는 한화 입단 당시 부인의 이름 '하나'에서 착안해 등번호를 1번으로 바꿨다가 재기를 다짐하며 올해는 다시 15번으로 돌아왔다. 쉬는 날에는 아들 도헌군을 데리고 다니는 자상한 아빠로 변신한다.

도헌군은 한화 팬들 사이에서 '승리의 요정'으로 불린다. 도헌군이 올해 경기장에 세 번 왔는데 한화가 모두 이겼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아들이 온 날에 역전승,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며 즐거워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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