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감동이 없다〃김주연씨, 『문예중앙』 가을호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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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의 한국문학이 감동이 부족하며 그것은 일상주의에빠져 초월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학평론가 김주연씨는 문예중앙 84년 가을호에 쓴 「한국문학,왜 감동이 없는가」라는 글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우리문학이 보다 감동적이기 위해서는 인간들의 문제를 단순한 생활의 희로애락과 현장적 차원에서가 아닌 존재에의 물음을 가져야할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금 이땅위에 있어서의 현실만을 인간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착한다면 그것은 북구의 인간성 인식이될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인식아래서는 결국 이땅에서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도 제대로 파악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우리현대문학이 50년대에는 전후문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6·25의 동족상쟁과 이데올로기 대립의 현장에 대한 치열한 고발·규탄을 했고, 60년대에는 감수성의 혁명·개인의 발견을 이루었으며, 70년대에는 산업사회의식·현실의식·민중의식의전개를 이루었지만 이모두가 존재에 대한 깊이있는 탐구를 가지는 초월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초월성이 현세성을 무화내지 약화시키는것이 아니라 그같은 본질적물음을 통해 현실을 더 강화·승화시켜주는 것인데 한국문학은 이러한 것에 천착하지않고 나태한 상태에서 전체적 인식을 이룬것처럼 가장 해왔다고 규탄했다.
김동리씨의 『사반의 십자가』『무녀도』 등이 존재의 문제와 부딪쳤으나 한국인의 샤머니즘적 심성만 표출했으며, 황순원씨의 『카인의 후예』 『움직이는 성』 『신들의 주사위』에서도 초월적인 것에 대한본격적인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는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이문열씨의 『사람의아들』, 이청준씨의 『낮은데로임하소서』, 한승원씨의 『불의딸』 등의 작품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들 작품들도 초월성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수준보다는 이것을 문제로 제기했다는 차원에서 평가했다.
한승원씨의 『불의 딸』을 주목한 김씨는 『불의 딸』 이 우리 고유의 샤머니즘과 외래의 기독교를 우리 현실생활을 지배하는 두종류의 존재에대한 물음, 즉 정신적 패턴으로 놓고 한국인에게는 역시 샤머니즘이 제 옷일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작품이 미흡하지만 일상주의에서 벗어나 형이상학적 주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진전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나라의 문학이 그나라·민족의 종교와깊은 관계를 가진다는것은 한민족의정신적 뿌리를 찾는다는데서 중요한것이라고 말하고 이에대한 통찰이 오늘의 우리 삶이 삶답지 못하게 하고 있는것에 대한 본원적 규명이 될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역사적 고찰, 사회심리적 고찰, 철학적 고찰등이있을수 있겠으나 이들과 함께 한국인의 기본적인 정신구조에 대한 끈질긴 탐구의 자세가 있어야하며 그것은 그민족의 존재에 대한 의식, 즉 초월적인것, 종교적 의식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러한 의식을 밑바탕에 깔때에만 문학이 모두에게 감동을 줄수있으며 따라서 우리문학은 너무 현장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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