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청계천 아티스트'… 가수 윤효상씨, 마임팀 김정한·박석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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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청계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윤효상(뒷줄 기타 치는 사람)씨와 2인조 마임 팀 '생이 아름다운 극단'. 김태성 기자

청계광장과 모전교.광통교.장통교 등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그들의 무대다. 돌다리 위에 자리를 깔고 공연하는 '괴짜 예술가'들에게 지나가는 시민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일부는 무대 한편에 모셔진(?) 모금 모자에 잔돈을 던지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1일 청계천 복원.개방과 함께 시작된 '청계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8일로 활동 100일을 맞는다. 주관 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은 당초 동절기인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공연을 중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고 예술가들도 적극적이어서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마다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 대도시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버스커(busker.거리예술가)'가 우리에게도 생긴 것이다.

청계천 아티스트 30개 팀 중 거리의 악사인 윤효상(39)씨와 공주영상대 연예연기과 사제지간인 김정한(39).박석현(22)씨로 이뤄진 2인조 마임 팀 '생이 아름다운 극단'의 인기가 단연 최고다. 통행량이 많아 공연 집중도가 떨어지는 청계천에서 평균 100명 이상의 관객을 몰고 다닌다.

윤씨는 1989년부터 대학로에서 재담과 춤을 곁들인 노래 공연을 해왔다. 청계천 아티스트를 모집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나에게 꼭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디션에 응했다. 앞문으로 내리려는 할머니를 타박하는 버스 운전기사에게 "버스에 앞문 뒷문이 어딨어요, 옆문뿐이잖아요"라고 대꾸했다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며 몸을 흔들어 대면 관객들은 녹아내린다.

김씨와 박씨는 얼굴은 물론 모자부터 구두까지 온통 금칠을 하고 동상인 양 움직이지 않고 버티다가 관객들이 접근하면 갑자기 말을 걸거나 가벼운 동작으로 놀라게 해 인기다. 김씨는 "귓불을 만지거나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는 분들은 괜찮은데 슬며시 다가와 엉덩이를 슬쩍 만지고 가는 분이 있어 고민"이라고 했다.

두 팀이 하루 2~3시간 공연하고 관람객들로부터 챙기는 감상비는 4만~5만원 정도. 윤씨는 수입을 한국복지재단을 통해 결연한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고스란히 내놓고 있고, 김씨는 제자 박씨와 공연 후 목욕비.식비 등 실비로 사용한다.

김씨는 "땅에서 찬 기운이 올라와 도저히 서있을 수 없을 정도만 아니면 공연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보수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청계천 아티스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씨는 "무대 아닌 무대에서 관객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했다. 윤씨는 "18년째 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데 12년 더해 30년을 채울 무대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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