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델타포스 급습 … ‘IS 금고지기’ 사야프 조준 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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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이 시리아에 특수부대를 전격 투입해 이슬람국가(IS) 고위 인사를 사살하고 그의 아내를 생포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IS에 대한 격퇴전을 선언한 이후 IS를 상대로 시리아에서 지상작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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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은 중동 현지시간으로 15일 밤 야간을 틈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CNN에 따르면 이라크의 기지를 출발했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수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전격 작전이었다. 이날 밤 이라크 내 기지에서 미 육군의 델타포스 요원 20여 명이 UH-60 블랙호크 헬기와 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를 타고 시리아 동쪽으로 침투했다. 델타포스는 적 지휘부 급습, 인질 구출, 요인 암살 등에 나서는 미군의 대표적인 특수부대다. 도착지는 시리아의 알아므르 지역에 있는 수층짜리 건물. IS의 금고지기인 아부 사야프의 은신처로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가 파악한 곳이었다. 시리아 국경을 넘으며 지상의 지원세력은 없는 델타포스만의 작전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델타포스를 태운 헬기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총격이 시작됐다. 델타포스는 그럼에도 헬기 등에서 뛰어내려 건물의 벽을 폭파하고 진입을 시작했다. 건물을 지키던 IS 대원들은 여성과 어린이를 인간방패로 삼은 뒤 공격했다. 교전은 계속됐고 총격전은 물론 육박전까지 벌어졌다. 특수부대원들은 교전 끝에 아부 사야프와 그의 부인 움 사야프가 함께 있는 방으로 들어가 체포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아부 사야프 역시 여성·아이들로 인간방패를 만들어 미군에 저항했다. 정보 소식통은 “특수부대원들은 정밀한 사격으로 여성과 아이들을 분리해 냈다”고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전했다. 아부 사야프를 조준 사살했다는 의미다. 움 사야프는 현장에서 생포됐다.

 작전 과정에서 델타포스는 IS의 통신장비도 확보했다. 아부 사야프 부부가 노예로 부리던 18세의 야지디족 여성 인질 한 명도 구출했다. 특수부대는 곧바로 블랙호크와 오스프리에 이들과 장비를 싣고 현장을 떠났다. 이때도 IS 조직원들로부터 총탄이 날아와 헬기에 총알 구멍이 났다고 WP 등이 전했다. 그러나 미군 사상자는 없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델타포스는 이날 작전에서 아부 사야프를 포함해 약 12명의 IS 조직원을 사살했다.

 NYT는 아부 사야프에 대해 “IS의 석유·가스의 통치자”라고 전했다. 튀니지 출신인 아부 사야프는 그간 IS의 유전과 가스를 맡아오며 IS의 돈줄을 관리해온 IS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해왔다. 그를 놓고 일부 전문가는 “알 카포네의 회계사”로 표현했다고 NYT는 전했다. 부인 움 사야프도 IS 조직원으로 그간 테러와 인신매매에 개입했다고 미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특수작전을 전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정보 부족으로 인질이 현장에 없었거나 급습받은 IS 조직원이 인질을 살해하며 낭패를 봤다. 그러나 이번엔 IS 요인을 대상으로 한 특수작전이 성공하며 개가를 올렸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IS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수작전의 성공에 힘입어 미국이 대대적인 지상전에 뛰어들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바마 대통령 본인이 대규모 미군이 투입된 지상작전에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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