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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드는 지지자들 … 손 전 대표, 정계 복귀 요구 피해 ‘가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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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호 06면

손학규 전 고문이 머물던 전남 강진의 흙집. 15일 하루 종일 집이 텅 비어 있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강진군 만덕산 중턱에 자리 잡은 백련사. 절 뒤편으로 난 가파른 길을 15분 정도 오르자 5평(약 16.5㎡) 남짓한 허름한 방 하나짜리 집이 보였다. 지난해 7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0개월째 칩거하고 있는 곳이다. 흙으로 담을 쌓아 그 위에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으로, 문 앞에는 손 전 고문 부부가 신는 털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야당 구원투수’ 거론 손학규 칩거지 가보니…

15일 오후 3시, 평소대로라면 점심 공양을 마치고 집에 머물고 있을 시간이지만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옛 제자들이 두고 간 꽃바구니만 마당에 놓여 있었다. 변변한 수도시설도 없고 간신히 전기만 끌어다 쓰는 수준이었다. 손 전 고문이 차를 즐겨 마신다는 집 앞 툇마루에선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 스님이 다가와 “밖에 무슨 일이 있기에 요즘 왜 이렇게 흙집을 찾는 분이 많으냐”며 “이곳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만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과 기자들의 방문이 줄을 잇자 이날 아침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손 전 고문이 흙집을 비운 건 요즘 새정치연합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이후 손 전 고문을 만나려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이날 손 전 고문을 만나기 위해 전남 목포에서 왔다는 한 지지자는 “손 전 고문을 만나면 내년 총선에 꼭 출마해 달라고 말하려고 했다”며 “호남에선 새정치연합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했다. 한사코 만남을 거부해 오던 손 전 고문도 계속된 지지자들의 방문에 힘들어했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서도 손 전 고문의 복귀설이 솔솔 나온다. 그가 비노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야당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 분들이 최대한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의 정계 복귀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복귀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야권에 대안이 될 만한 구심점이 없고 친노와 비노 프레임 속에 야당이 제 위상을 찾지 못하다 보니 손 전 고문의 정치적 무게를 아쉬워하는 것”이라면서도 “현시점에서 손 전 고문이 복귀를 받아들일 명분도 부족하고, 복귀한다 해도 또 한번 정치적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측도 정계에 복귀할 뜻이 전혀 없다고 거듭 밝혔다. 흙집 인근에 머물며 손 전 고문을 돕고 있는 한 인사는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본인이 나서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며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집을 나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백련사 인근 다산초당에서 다산기념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윤동환 전 강진군수는 “손 전 고문은 평소에도 정치적 얘기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며 “향후 토담집에서 내려와 정착하기 위해 인근에 집터까지 마련해 둔 만큼 당분간 강진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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