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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헌혈 할아버지’ … 정년 없는 봉사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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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30여 차례 헌혈. 이 중 혈액관리본부 전산기록으로 남은 112차례 헌혈은 혈소판·혈장을 분리해 500cc씩 피를 뽑는 성분헌혈. 65세가 넘어 더 이상 피를 뽑지 못하자 10년째 거리에서 헌혈 권유 봉사. ‘헌혈 할배’로 불리는 전태웅(75·사진)씨 얘기다. 그는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등록된 국내 500여 명의 헌혈 봉사자 중 최고령이다.

 지난 13일 경북 경산시 진량성당 앞. 머리가 희끗한 전씨가 적십자 마크가 그려진 노란 조끼를 입고 행인들에게 헌혈을 권유하고 있었다. 성당 미사에 참석하기 전 잠시 헌혈을 홍보했다. 그는 “헌혈은 몸으로 남을 돕는다는 만족감을 갖게 한다. 또 무료 건강검진도 겸할 수 있다”며 헌혈을 권유했다. “헌혈을 많이 해서 감기 같은 잔병 치레도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전씨는 한 달에 두 차례 이상 대구와 경산에서 헌혈을 권유한다. 수시로 적십자사 헌혈 캠페인에 참여해 빵을 나눠주고 헌혈 관련 전단도 돌린다. 100회 이상 헌혈자가 모인 ‘모두 사랑 헌혈봉사회’도 총무도 맡고 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지난 1월 혈액관리본부의 표창까지 받았다.

 전씨는 1956년부터 피를 뽑았다고 한다. 당시엔 매혈(賣血)이었다. 그러다 경찰관이 된 68년부터 남을 돕는 헌혈을 시작했다.

 91년 그는 군에서 아들을 잃었다. 복막염이 악화돼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서 아들 또래의 환자들을 보면서 헌혈을 더 하겠다고 결심했지요.” 이후 아들이 생각나면 혈액원으로 달려갔다.

 전씨가 65세가 되던 해인 2005년 1월 대구경북혈액원은 전씨에게 ‘헌혈 정년식’을 마련했다. 헌혈에 대한 열정을 인정해 생애 마지막 헌혈이라는 추억을 만들어준 것. 최근 그는 노인상담사·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딴 뒤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말벗과 안마 봉사를 하고 있다. 사후 모든 장기를 다 기증한다는 서약도 마쳤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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