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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논의하는 ‘제주포럼’ … 북한 참여 계속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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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원희룡 지사는 “북한의 제주포럼 참석이 올해는 성사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 제주도]

조금은 뜻밖이었다. 원희룡(51) 제주도지사는 줄곧 북한과의 협력 구상을 늘어놓았다. 지난 8일과 14일 중앙일보와의 두 차례 인터뷰에서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쏘고, 군부 서열 2위인 현영철(66)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도 그랬다.

 원 지사는 “이럴 때일수록 제주포럼의 정신인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 차원 의 협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제주포럼을 공동 주최하는 기관의 대표로서 하는 얘기였다.

 그는 “평화를 논의하는 제주포럼에 북한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실 올해 북측 참여에 대해 통일부 승인을 얻었고, 북한 측과도 접촉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에 따르면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와 지난 3월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세 차례 만나 제주포럼 참석을 논의했다. 원 지사는 “답은 주지 않았지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북측이 앞으로도 참석 논의를 계속할 뜻이 있는 것 같다”며 “내년이나 후년에는 꼭 오도록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감귤 보내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1998년 시작했던 감귤 보내기는 그 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과 더불어 남북 교류·협력에 물꼬를 텄다”며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감귤 보내기를 다시 시작하면 이번에도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과거 감귤 보내기를 함께했던 민간단체 남북협력제주도민운동본부와 함께 현재 통일부에 감귤 보내기 승인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원 지사는 “감귤 보내기는 영양 섭취가 부족한 북한 주민들을 위한 ‘비타민C 협력’”이라며 “과거 감귤 보내기를 하면서 제주도민들이 북한 초청을 받아 현지를 방문하기까지 했으니만큼 통일부 승인이 나면 북한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제주∼북한 평화 크루즈 사업’ 역시 통일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원 지사는 “비교적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평양·개성·신의주와 금강산 등이 제주와 크루즈로 연결할 후보지”라고 소개했다. 한라산·백두산의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 사업도 준비 중이다. 남북한 공동으로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 남·북의 상징인 두 산의 동식물과 생태·환경을 비교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원 지사는 “이번 제주포럼에서 ‘에너지 평화’를 하나의 큰 주제로 다뤄보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석유·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을 놓고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전쟁까지 벌이는 시대에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새로운 의미의 평화를 구축해보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특히 바람이 많은 제주도를 풍력이 만드는 에너지 평화의 섬으로 꾸며보겠다”고 했다. 원 지사는 “석유·가스 같은 탄소에너지원 말고도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등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위협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벗어나는 게 ‘에너지 평화 체계’의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benoist@joongang.co.kr 

◆제주포럼=아시아의 대표적 공공 학술축제로 이달 20일부터 사흘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다. 올해는 10회를 맞아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평화·번영·지속가능성·다양성·경쟁력 5개 분야에서 64개 세션이 열린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등 6개 국 전·현직 국가수반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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