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내년봉급 3%인상에"생계에 타격이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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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무원들이 노골적으로 정부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들의 봉급억제에 관해서일 것이다.
공무원들의 실망이 더욱 큰 것은 모처럼 대폭적인 처우개선이 실현될것으로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민정당도 최소한 10%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애드벌룬을 띄웠었고 돈줄을 쥐고있는 경제기획원예산실쪽도『공무원 처우개선에 관한한 돈은 얼마든지 있다』며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그러던것이 요 며칠사이에 서로들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하더니 큰소리쳐오던 총무처조차도 시치미를 떼고 나앉기에 이른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정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억제해야하고 그러기위해서는 공무원봉급을 억제해나갈수밖에 없다는 논법이 다시한번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공무원들의 처우개선문제는 『도저히 더이상 버텨낼 수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다』는 공무원 자신들의 표현처럼 매우 심각한 당면과제로 등장했다.
공무원봉급의 절대액 자체가 워낙 적은데다가 인상률까지 계속 억제함에 따라 민간기업에 대한 상대적인 처우수준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의 임금인상률 통계를 봐도 80년이후 공무원의 봉급인상률은 민간기업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봉급을 아무리 억제해봐야 민간기업의 임금 억제에는 한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공무원봉급을 동결했던 금년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당초 정부측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호봉승급 이외에는 동결해줄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었으나 현재까지의 추세라면 최소한 7%선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 8월14일 현재 노동부가 4천2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로도 금년들어 이미 5·4%가 올랐다. 각종 수당이나 호봉승급을 제외하고서다.
주목할것은 많은 기업들이 정부당국에 신고할때는「동결」또는 2∼3%라고 써내놓고 실제로는 수당·복지후생등 갖가지 편법으로 직원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은행들의 경우 겉으로 올해 임금은 동결시킨것으로 해놓고 내용적으로 대리급 이상에 대해 책임자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최저 10만원~최고 50만원씌을 지난6월부터 올렸다.
금년경우를 따지지 않더라도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져왔다. 최근 KDI분석에 따르면 공무원들의 평균봉급수준은 민간기업의 7O%에 불과하며 가장 심한 경우는 35∼39세의 대졸일반직공무원으로서 민간기업의 54%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나 있다. 요직에서 한창 일할 계층일수록 임금격차가 심하다는 이야기다.
공무원의 처우개선문제가 시급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지난80년 5차5개년계획을 짜면서 더 이상 방치할수없는 선결과제라는 판단아래『5년동안 물가상승분을 제외하고 실질임금기준으로 5%씌을 매년 올려준다』는 조항을 분명히 기본계획서 안에 명시까시 했었다.
그러던것이 동결선풍과 이상한 경제논리의 득세에 밀러 소리없이 삭제되어 버렸다.
지금 계획대로 내년 공무원 봉급을 3%만 올릴 경우 3O만원 봉급을 기준으로 하면 9천원이 오르는 셈이다. 정부당국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인상률이 몇%냐를 떠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되풀이 강조해왔다.
그러나 드러나는 현상은 근본적인 해결방안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변법인상 쪽으로 기우는 낌새다. 인상률을 높이고 싶어도 정부스스로 밀어 붙여온 임금억제정책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져있는 셈이다.
어쨌든 분명한것은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 비단 그들만의 문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사기침체나 자질저하에 따른 갖가지 비능률과 낭비적인 요소들이 갈수록 사회전반에 걸쳐 넓게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들도 더이상 공무원 봉급을 안정화정책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점에 수긍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제시에는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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