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 납치·살해 19건 … 피의자 8년 만에 송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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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필리핀의 한국인 관광객 연쇄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곤(42)씨가 8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2008~2012년 김씨와 공범 최모(47)씨가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납치 사건만 19건에 달한다. 대학생 홍모씨 등 피해자 2명은 살해됐고 3명은 실종 상태다. 검찰은 김씨 송환으로 미궁에 빠졌던 실종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13일 “필리핀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임시 인도’ 형식으로 김씨를 송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씨는 최씨와 2007년 7월 경기도 안성의 한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살해한 뒤 1억8500만원 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후 2008년부터 4년간 마닐라 등지에서 한인 관광객·유학생 등을 납치한 뒤 국내 가족들을 협박, 수억원의 몸값을 뜯어내고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2011년 9월 필리핀 여행 중 납치된 홍씨의 유해는 3년이 흐른 지난해 말 마닐라 외곽 주택 마당에서 발견됐다. 김씨의 공범 최씨가 2013년 태국에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고,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현지 경찰과 공조해 최씨의 은신처 주변을 수색하던 중 백골 상태의 유해를 발견했다. 현장에는 또 다른 피해자 김모씨의 유해도 발견됐다. 김씨 등은 피해자들을 매장한 뒤 그 위에 집을 지어 시신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필리핀에서 불법 총기 소지 혐의 등으로 2011년 12월 구속됐다가 탈옥, 6개월 뒤인 2012년 5월 재검거됐다. 지난해 9월 징역형(단기 4년2월, 장기 5년4월)이 확정됐다. 임시 인도 절차에 따라 송환된 김씨는 한국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일단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복역한 후 국내로 재송환돼 형이 집행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씨 일당은 납치 후 몸값을 받아낸 뒤 생사 여부, 시신 유기 장소 등을 함구해 피해자 가족들이 오래 고통을 받았다”며 “김씨 송환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필리핀 당국에 친서를 보내며 공을 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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