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국산학용품·인형 범람|모양·옷·이름까지 "서양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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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들어 아동용품의 경우 여자인형, 학용품의 경우 수입자유화 이후 호기심이나 겉모양에만 치우친 상표에 어린이들의 관심이 높아 이에 대한 올바른 지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요즈음 여자 어린이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품목은 각종 인형 시리즈. 단순히 앉고 일어서기만 하는 수동식 인형이지만 옷을 갈아 입히고 이에 걸맞은 가구들이 다양하게 갖추어진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금발머리에 푸른 눈의 늘씬한 이 인형들의 이름은 미미·제니·세라·라라·안나·나오미·스잔나·토토 등 거의 외국이름. 탤런트 소녀·라라 시리즈 등으로 부제가 붙은 이 인형들은 남자친구 토토 등이 초대손님으로 지명되기도 한다.
라라의 경우 응접세트 피아노·싱크대·밥대·옷장·책삼 등의 작은 생활용구들이 세트품목으로 시판되고 있는데 한 세트를 갖추려면 5만원 정도.
여기에 의상도 파티복·롤러스케이트복·피크닉복으로 갈아 입히며 옷 한가지에 1천∼2천5백원씩. 물론 응접세트·싱크대·화장대 등의 모형가구도 4천∼2천5백원선에 낱개로 판매된다.
한국이름의「미미」도 머리와 눈은 모두 서양풍이며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토트」등이 한복옷 한벌을 갖추고 있는 정도다.
장영현교사(서교국교) 는『장난감은 그 자체의 기능보다 어떻게 갖고 노느냐에 교육적인 효과가 달렸다』면서 『인형의 생활이 현실을 그대로 모방, 일상생활 속에서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돕는다는 잇점은 있으나 그 인형이 지나지게 상류층 생활을 본뜨고 있어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인형의 생활이 어린이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을 경우 어린이들에게 감상적인 생각이나 허황된 가치관을 갖게 할 위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각종 학용품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품질과 패션감각이 크게 발전한 요즈음 학용품은 유행에 예민한 것이 특징.
최근에는 수입자유화 이후 학용품에도 외제상표 바람이 불어 연필대신으로 사용하는 샤프를 비롯, 편지지·편지봉투·지우개·비닐 책가방·생일카드·북밴드·사물함 등이 학교주변 문방구마다 어김없이 비치돼 있다.
가격은 엽서 한장이 3천5백원에 거래되기도 하며 지우개는 아예 세트로 묶어 1만원까지 시판된다.
지우개는 특히 디자인에만 치우쳐 꽂개모양 등은 뾰쪽뾰족해 지우개로서의 기능이 문제되고 있을 정도.
최양진교수(중앙대·교육심리학)는 장난감이든 학용품이든 어른들 생각대로 만들고 어른들 입장에서 선택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기능적인 측면이 먼저 갖추어진 다음 미적 디자인이 뒤따르는 아동용품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육상희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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