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고추에도 약리효과 있다|아주 천연약물·향신료 심포지엄서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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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식생활에서 마늘과 고추만큼 많이 쓰이는 향신료(양념)도 없을 것이다.
이들 향신료에 대한 각종 약리 효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20일부터 5일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 천연약물·향신료 국제심포지엄에서도 이에 관한 논문들이 발표된다.
이 가운데 허근교수(영남대약대)의「마늘이 핵산대사에 미치는 영향」과 이상섭교수(서울대약대)의「캡사이 시노이드(고추의 매운성분)의 대사와 진통작용」을 중심으로 마늘과 고추의 약리효과를 재 조명해 본다.

<마늘>
마늘의 특유한 효능은 알린이 그 주역을 담당하고 있다. 알린은 효소의 작용으로 알리신이 되고, 다시 비타민 B1과 결합해 활성비타민 B1으로 바뀌면서 여러가지 약리작용을 발휘한다.
마늘의 효과는 오래전부터 여러가지가 알려져 왔다. 비아민의 결핍으로 오는 각기 심장질환·신경질환을 예방해 주고 중금속 해독과 항암작용, 폐렴·후두염·비염·인후염 등 각종염증성 질환, 변비·이질·혈전증·콜레스테롤의 합성억제 효과가 있으며 이밖에 정력강장·식중독 및 감기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실험보고 등이 이런 예에 속한다.
여기에 허교수는 마늘이 요산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고요산 혈증으로 인한 여러가지 질환, 예로써 통풍이나 유전성 정신질환인 레시-니한증후군·신장 결석·고열압 등에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추가함으로써 마늘의 약리적 효능을 더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체내의 핵산이 요산으로 대사되는데는 여러가지 효소가 관여하는데 이중 가장 최후에 관여하는 중요한 효소가 잔틴 옥시다제(XO). 이교수는 실험쥐에 2%,의 마늘수용액을 7,14,30,60일간 투여하면서 XO와 혈중요산 변화를 관찰한 결과 2주 후에는 요산이 비투여군에 비해 25%나 감소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요산이 증가되는 알콜(술)을 투여한 경우 마늘 수용액을 투여하지 않은 군에서는 요산이 70∼1백% 증가했으나 마늘수용액 투여군에서는 거의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마늘에 20분 동안 열을 가한 후 같은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요산합성 억제효과는 생 마늘을 사용한 경우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교수는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마늘에는 요산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실 때 마늘을 곁들이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주는 증거도 나타나고있다고 밝혔다.

<고추>
남미가 원산인 고추가 유럽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약4백년 전으로 우리나라 고추의 매운맛은 중간 정도.
고추의 매운맛은 캡사이신·디하이드로 캡사이신 등 5가지 동족체의 혼합체가 낸다. 적당한 매운맛은 위액분비를 촉진시켜 식욕을 돋우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만 어느 정도 양이 많아지면 특유한 약리작용을 유발하고 지나치게 많아지면 인체에 해로운 작용을 하게된다.
최근의 고추연구는 합성고추 성분과 고추의 진통효과를 이용한 새로운 타입의 진통제 연구에 모아지고 있다.
실험쥐를 이용해 캡사이신이 대사된 물질을 간에서 분리해 그 구조를 밝히고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는 합성물질인 노노일바니, 릴아마이드를 투여한 결과 간에서의 대사과정이나 미생물에 의한 대사경로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이 이박사에 의해 확인됐다.
이것은 식품첨가제로서의 인공고추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또 여러가지 동물실험결과 캡사이신은 통증전달 물질이 체내에 괴지 않게 함으로써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캡사이신은 진통효과가 지속적이고 선택성은 있으나 너무 강하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구조를 바꿔줌으로써 진통효과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캡사이시노이드 계열의 물질을 이용한다면 아스피린과 같은 일반 해열진통제나 마약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형태의 진통제 생산의 길도 열리는 것이다.
이교수는 생강에도 이같은 물질이 있다고 밝히고 고추의 성분은 통증의 메커니즘 규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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