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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수중 킬체인’ 추진 … 북 SLBM 발사 전 잠수함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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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미 양국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해 대잠수함 방어 능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윤희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12일 만나 SLBM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군 관계자는 “두 사람의 대화는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을 논의한 것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에 대비해 한·미가 구상하고 있는 ‘4D 개념’에 북한 잠수함 위협을 추가할 것”이라며 “4D 개념에 의한 탐지능력과 방어능력, 대잠수함전 능력을 보완해 나갈 계획”라고 강조했다. 4D는 방어(Defence),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를 뜻한다. 방어계획을 만들고 탐지하고 추적해 파괴하는 일종의 작전계획이다.

 특히 북한의 SLBM 위협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군 당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에 수중 위협을 포함하기로 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킬체인과 KAMD를 북한의 지상에 한정하지 않고 한반도 인근의 해상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작전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SLBM과 대잠수함전 능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사용할 명확한 징후가 보일 경우 선제 타격을 통해 무력화하고, 미사일을 사용했을 경우 요격하는 KAMD의 개념을 수중에까지 적용하는 일종의 ‘수중 킬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은 6개의 군사위성(DSP)과 고고도무인정찰기 등으로 북한 군사시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며 “잠수함도 이동경로가 있는 만큼 거부작전구역(적의 이동이 예상되는 지점)의 수중에서 타격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우리 잠수함이 북한 잠수함을 추적해 사전에 방어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육지 감시에 집중하고 있는 대포병탐지레이더를 추가로 들여와 한반도 해역 전체를 감시하고, 잠수함이나 함정의 소나도 고출력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군 당국이 밝힌 대비계획은 육지에서 쏘고, 공중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비한 계획을 단순히 수중 작전에 대입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SLBM을 막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원한 예비역 해군 장성은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가장 경계한 무기가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라며 “계획은 세울 수 있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천안함이 공격당한 것을 고려하면 잠수함을 발견하고 이를 방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직후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었다. 올 들어 처음이 다. 약 80분간 열린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SLBM을 개발한 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안정을 저해하는 심각한 도전”이라며 “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킬체인과 KAMD를 보완하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니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하라”고도 지시했다.

신용호·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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