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1000억대 피해… 대구 서문시장 940개 점포 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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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재산피해를 낸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에서 12월 30일 전날 발생한 불로 밤을 새운 소방관들이 이틀째 화재진압을 하고 있다. 대구=조문규 기자

12월 29일 오후 발생한 대구시 대신동 서문시장 2지구 화재로 100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소방본부는 30일 "현재까지 점포 940여 개가 불에 탔으며 화재 발생 20시간 만인 30일 오후 5시57분 큰 불은 진화했으나 잔불이 일부 남아 있어 하루쯤 지나야 완전 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화재 발생 및 진화=소방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9시57분쯤 서문시장 2지구 상가 1층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목격자인 상가 2층 경비원 지모(59)씨는 "순찰 중 1층 북쪽 이불집 쪽에서 연기가 나 소방서에 신고토록 한 뒤 다른 경비원 2명과 함께 소화기로 끄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상가 문은 오후 7시쯤 닫혀 당시 실내엔 손님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파출소는 진화에 나섰으나 인화성이 높은 섬유로 불길이 번져 초기진화에 실패했다. 이어 대구시소방본부는 소방차 116대와 인력 1100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서 자정쯤 불길을 잡는 듯했으나 불은 2.3층으로 계속 번졌다.

◆ 피해 규모=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지하 1층 지상 3층 상가건물(연면적 2만㎡)과 상가 내 점포 1266개 중 1~3층 947개가 전소됐다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이 불로 식당.수퍼마켓이 있는 지하층은 진화 때 사용한 물에 잠겼고, 1층의 침구.의류점 319개소, 원단.포목점이 있는 2층 228개소와 3층 379개 점포가 불에 타버렸다. 상가 2층 번영회 배용근(54) 회장은 "점포당 피해액이 1억원 안팎이어서 전체 피해액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 망연자실 상인들=상인들은 연말연시.설날에 대비해 재고량을 크게 늘린 데다 물품에 대한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배 회장은 "2지구 건물과 상가번영회 사무실 집기만 95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면서 "보험가입 상인은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마가 생활터전을 집어삼키자 상인들은 "이 일을 어쩌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50대의 한 여성상인은 물에 젖은 도로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부짖었다.

상인 최대권(30)씨는 "고생 끝에 3년 전 1층에 커튼 가게를 열었다"며 "3000만원어치의 물건이 모두 타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 예고된 인재(人災)인가=점포가 재로 변한 모습을 바라본 상인들은 "화재진압을 잘못했다"며 소방당국과 현장을 방문한 조해녕 대구시장 등을 성토했다.

불이 나면서 건물 1.2층과 2.3층 사이의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거센 불길을 잡지는 못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불길이 층별로 연결된 16개의 환기통(가로 2m×1m)을 통해 번진 것으로 추정되며, 건물붕괴 우려로 진입하지 못해 잔불정리도 늦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원인과 소방안전점검 부실 등 과실 여부에 대해 수사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은행융자 등 피해상인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대구=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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