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영세서점「밥그룻」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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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에서 지방도시에 지사를 설치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자 서적상연합회에서 당국에. 『영세서적상들의 존립을 위태롭게한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서점매장의 확대가 절실한 현시점에서 대형서점의 출현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어 하나의 쟁점이 되고 있다.
서적상연합회는 지난7월 문공부 등에 진정서를 내고『큰 기업이 초대형 서점을 열어 인근 영세 서적상들이 속속 폐업하거나 전업하고 있으며 교보문고에서 중소도시에 지사설치를 발표한 이후 영세서적상들은 더욱 좌절하고 있다. 특히 서울교보문고 인근에는 유수한 서점8개소가 폐업 또 전업하였다.』고 주장했다.
서적상연합회의 이같은 움직임에 영향받아 교보문고측은 올해 지사를 열기로 했던 울산 대전 인천 부산 전주등지의 계획을 건물완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대면서 보류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대해 출협측은 명백히 대형서점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출협은 우리도서의 발행 종수가 71년의 2천5백16종에 비해 83년에는 3만3천3백21총으로 13배나 늘어났는데 유통시켜야할 서점매장의 형편은 서점수가 같은 기간에 2천8백78개소에서 3천6백47개소로 20%밖에, 증가하지 않았고 매장면적도 평균 4평방m에서 20평방m로 5배증가에.그치고 있다고 밝히면서 매장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출협은 현재 판매되고 있는 서적종류가 10만종에 달하는데 이들 서점에서는 5천∼6천부도 진열 판매하기 어려워 나오는 책이 독자의 눈에 띄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출협은 이같은 실정에서 서점들의 매장확대를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되며 대형서점의 출현과 이의 전국적인 확대는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서점에 대한 의견대립은 근본적으로는 출판량의 증가만큼 독자의 폭이 넓혀지지 못한데서 찾아진다. 독자층이 넓혀졌다면 기존 서점측에서도 당연히 매장확대를 시도했을 것이지만 실정이 그렇지 못했다.
특히 80년대에 들어오면서 독자층의 폭이 정체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매장확대라는 출판계의 요구와 이에 따른 대형서점의 출현과 영세서점의 경영난이 빚는 갈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출판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영세서점의 점진적인 전문서적화에서 실마리가 찾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종교·기술·과학·아동·레저 등으로 전문화 할때 영세서점의 활로가 뚫리리라는 것이 외국의 전례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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