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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U’ 박지성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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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지성은
▶1981년 2월 25일 전남 고흥 출생
▶1m75cm, 70㎏
▶수원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명지대
▶일본 교토 퍼플상가(2000)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2002)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2005)
▶A매치 통산 57경기 출전, 5득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선수가 새해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12월 29일 새벽(현지시간)에 러프버러에 있는 집을 나섰어요. 영국에는 크리스마스 이후 기온이 급강하하며 폭설도 내렸어요. 경기장이 얼어서 28일 프리미어리그 상당수 경기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죠. BBC스포츠 라디오를 들으니 원정 응원 갔던 서포터스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더라고요. 그럴 만도 하죠. 크리스마스 휴가에 먼 곳까지 갔는데 경기 시작 30분 전, 한 시간 전에 경기가 취소됐으니까요.

기차가 과연 제대로 운행할까 걱정도 됐지만 일단 맨체스터로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맨체스터 피카딜리 역에 무사히 도착. 택시를 타고 맨U 카링턴 트레이닝 그라운드까지 갔죠. 역에서 25분 정도 걸리는데 한국축구대표팀 훈련장인 파주 트레이닝 센터보다도 훨씬 외진 곳 같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훈련을 마친 박지성 선수가 하늘색 모자를 눌러쓰고 환하게 웃으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옵니다. 자, 이제 맨U 맨 박지성 선수와의 인터뷰가 시작됐어요.

-한국 최초의 프리미어 리거로서 올 한 해를 마무리한다면.

"잉글랜드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 올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충분히 잘 적응했습니다. 적응이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이제 반년이 지났는데 상당히 길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별히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빨리 적응했기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은 없었어요. 하지만 팀이 워낙 강하고, 스타들이 많은 데다 개인적으로는 성적 부진(골을 넣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한국 팬들은 골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칼링컵 버밍엄 전에서 데뷔 골을 넣었는데.

"팀의 대부분 선수가 골을 넣은 상황에서 공격 포지션에 있는 선수로서 부담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정신적인 문제가 해소됐습니다. 앞으로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참 오래 걸렸구나'하고 생각했어요."(웃음)

-골을 넣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었나요?

"없어요. 골이나 어시스트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쏟아 플레이를 할 때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2 월드컵 때는 어린 편이었는데 이제는 후배들을 이끄는 입장이 됐어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린 선수들도 충분히 실력이 있으니까 대표로 뽑혔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장에서 주눅 들지 않는 거예요. 아무리 유명한 선수와 맞붙는다고 해도 자기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해요."

-2002 월드컵은 홈 그라운드에서 열렸고 국민 성원도 컸죠. 그런데 독일 월드컵은 유럽에서 치러지고, 특히 G조 상대인 스위스는 독일 옆에 있잖아요.

"우리도 이젠 원정 경기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스위스랑 경기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어요.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관건이죠."

-조 추첨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현실적인 목표는 16강이죠. 그 이후는 토너먼트라 한 경기마다 달라져요. 8강, 4강 올라갈수록 좋은 거는 당연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영국 언론이 박지성 선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어요.

"한국 선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죠. 그 영향이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을 계속 만들어야죠."

-2005년 가장 기쁜 일을 꼽는다면?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좋은 결과물을 얻은 것, 그리고 당연히 맨U에 입단한 일이죠."

-훈련 외 시간은 어떻게 보내요?

"거의 집 안에 있고, 밖에 나가지 않아요. 집에서는 플레이 스테이션(게임)을 하든지, 책을 읽든지, 잠을 자든지, 그중 하나는 하는 것 같아요. 삼한지를 읽은 지는 조금 지났고…. 10권짜리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가장 인상적인 팀과 경기장은?

"가장 인상적인 팀은 맨U이고, 가장 인상 깊은 구장은 올드 트래퍼드(맨U의 홈구장)입니다."

(아, 완전히 맨U에 빠져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교체돼 나가면서 기립박수를 받을 때의 기분은 어때요?

"모든 선수들이 다 받는 건데요 뭐. 하지만 너무 행복한 순간임에는 틀림없어요."

-이제 목표는 뭔가요?

"아직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확실한 맨U 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 박지성이 맨U 맨이라는 것에 어떤 의구심도 들지 않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어느 순간에 맨U 선수로서 자랑스럽다고 느끼나요?

"홈구장에서 많은 팬이 제가 뛰고 있는 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죠.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서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어려운 선수가 있나요?

"경기장에 나가서는 어떤 선수를 두려워한 적 없어요. 누구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요. 동료인 웨인 루니를 보면서 '스무 살짜리가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긴 합니다."

-한국의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주세요.

"2005년 한 해 동안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 좋은 결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만난 사람 = 홍은아 통신원

▶홍은아(25)씨는=국내 최연소 여성 국제축구심판이다. 2003년 1월 국제심판 자격증을 딴 홍씨는 2004년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과 2005년 3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알가베컵(유럽 여자국가대표 대항전)에서도 심판을 봤다. 이화여대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친 홍씨는 2005년 9월 영국 중부 레스터시티 인근의 러프버러 대학에 유학, '스포츠 정책'을 주제로 박사 코스를 밟고 있다. 2005년 10월부터 중앙일보에 '홍은아의 프리미어리그 통신'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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