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맹목적 반일감정이 조선 망국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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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포럼의 공동대표인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구한말 '맹목적 반일감정'이 조선 망국(亡國)의 원인이었다는 주장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30일 시사웹진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조선왕조가 20세기 세계사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던 엄청난 비극을 발생시킨 원인은 맹목적 반일주의"라며 "(조선시대 지배집단의) 맹목적 반일감정과 문화적 우월감이 결국 실용주의적 외교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초대통감이자 흔히 국권침탈의'원흉'으로 알려진 이토오 히로부미(伊藤博文)도 당초 한국 병합에 반대했었다며 "일본이 1876년부터 한국을 침입할 계획을 세워서 단계별로 추진해왔다는, 즉 일본이 처음부터 한반도 병합의도를 분명히 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한론(征韓論)등을 근거로 일본이 일찌감치 한반도에 대한 병합을 추진했다는 기존 역사학계의 시각을 부정하고 반대로 식민지화의 원인을 국내에서 찾는 입장이다. 학계의 '과잉 민족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자칫 일본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논리로도 해석될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교수는 한일병합의 과정을"한국의 대응, 중국의 대응, 세계의 대응이 상호 교차하는 과정에서 일본으로서도 하나의 불가피했던 선택과정으로 구체화되고 가시화되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일본의 한국 병합 자체도 끝까지 상황은 유동적이었고 한국인들의 자기 주체적 실천에 따라 다른 길의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토오 히로부미의 당초 노선은'대한제국을 도와서 대한제국 스스로 부국 강병해져 일본과 협조적인 세력이 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송병준을 중심으로 하는 일진회의 이토오 탄핵, 고종의 헤이그 밀사사건 등으로 인해 이토오의 노선은 결국 좌절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토오 노선'의 좌절과 이후 식민지화로 이어지는 과정의 책임이 상당부분 국내 정치세력에게 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또 "이런 망국사를 통해 통절히 반성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맹목적 반일감정'을 극복하고 일본과의 시장통합 등 한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살 길은 고급화 된 국제화시대로 나가는 것 뿐"이라며 "과거 한일 국교를 재개한 것과 같은 사명감을 갖고 일본과 시장통합을 하면 장기적으로 번영할 토대가 마련되고 중국과 북한에 어떠한 돌발변수가 생겨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대해서 "잘못된 역사해석에 기초하고 있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또 우파 학자들의 모임인 교과서포럼의 활동과 관련, 내년부터 지방 순회강연 등 대중 활동을 강화하고 교과서 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행동반경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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