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운전자, 차선 끼어든 여성을 차에서 끌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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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분노남(男)이 여성을 구타하고 있는 장면

중국에서는 최근 도로상에서 운전을 하다 말고 분노를 표출하는 이른바 '도로 위 분노 폭발(Road rage)'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로상에서 운전을 하다가 화를 못 이겨 상대방을 폭행하거나 사고를 내는 행위를 중국어로는 '공로 폭로증(公路暴怒症)'이라 부른다.

지난 3일 쓰촨성 청두(成都)의 육교 밑 도로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차량에서 끌어내 주먹과 발로 얼굴을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남성 운전자는 여성 운전자가 갑자기 차선을 바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그 때문에 뒷좌석에 앉아있던 한 살짜리 아기가 놀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안후이(安徽)성에서 남성 운전자가 전동 자전거를 타고 가던 여성 운전자를 폭행했다. 이 여성 운전자는 다음날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남성 운전자는 사고 발생 2주가 되도록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이 남성 운전자를 수배하며 현상금을 내걸었다.

차량을 보유하며 자가 운전자가 많아지기 시작한 중국에서 '공로 폭로증'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공안부는 2013년 8만건 이상의 교통사고가 '공로 폭로증'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공로 폭로증으로 인한 사고건수는 중국에서 지난해 2.4% 늘었으며 올해 1~4월에는 다시 3.7% 증가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긴급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5%는 급작스러운 차선 변경, 무리한 추월 등 공격적인 운전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광저우(廣州)일보가 900명의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는 도로 위에서 분노가 폭발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도로 위 분노 폭발(road rage)' 전조 증상

증상 1: 운전시 다른 운전자를 욕한다.
증상 2: 운전할 때 집중하기 어렵고, 조금만 막히거나 차가 긁혀도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손이 먼저 나간다.
증상 3: 다른 사람이 자기 차선을 진입하지 못하게 고의로 가로막는다.
증상 4: 운전할 때와 운전하지 않을 때, 전혀 딴 사람처럼 된다.
증상 5: 앞차가 조금만 늦어도 끊임없이 경적을 울리거나 등을 깜빡인다.
증상 6: 위험하게 운전하며 가속하는 일이 잦고 차간 거리가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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