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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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그림처럼 펼쳐 놓은 영산강 5백리
백조 떼 날아 와 돛단배 길잡인데
금성산, 달은 곱게 걸려 강마을이 밝다.
밝은 달 추석밤에 강강수월래 소리
강촌을 울리던 감사댕기 내 누님들은
세월이 감겨진 얼굴엔 주름살만 늘었네.
강변에 맺힌 정한을 시문으로 달래던
정지·성가신·임백호·김천일·최희량시사속 손꼽던 재사들 푸른 강심을 낚았으리.
칠색무늬 산그림자 강물에 어른거리고
날던 학도 내려 와 고운 것을 접는데
목화꽂 구름밭 언덕에 어매의 웃음이 핀다.
오늘도 영산강은 억년 역사를 감고 흐르는데
먼 훗날 묵언으로 이야기할 강, 강, 강,
언젠가, 내 혼이 머무를 영원한 고향이여.

<약력>
▲1935년 전남 나주출생 ▲서울대·동국대대학원졸업. 문학박사 ▲1956년 국도신문 시조당선 ▲l957년 자유문학 시당선 ▲시조집 「백제금관」, 장평서사시집 「영산강」출간 ▲한국문협·시조시인협회이사 ▲서울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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