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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만난 윤상현 “남북관계, 뫼비우스의 띠를 끊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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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 70주년 기념식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뒷줄 맨 오른쪽)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앞줄 맨 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맨 왼쪽), 부인 펑리위안 여사(앞줄 왼쪽 둘째) 등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스크바 AP=뉴시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대통령 정무특보)=“현재 남북관계가 ‘뫼비우스의 띠’ 같이 돌고 돌아 계속 제자리입니다. 남북이 의지를 갖고 이 끈을 끊어야 합니다.”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그렇습니다. 남북 상호 간에 진정성 있는 마음이 모이면 길은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던 윤상현(53) 의원이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북한 김영남(87)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북한의 잇따른 군사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남북 대표 간의 조우였다.

 윤 의원은 현지 시간으로 9일 오전 10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펼쳐진 군사 퍼레이드 이후 11시30분쯤 ‘무명용사의 묘’에 합동헌화를 하며 김 상임위원장과 자연스럽게 만났다. 군사 퍼레이드 행사 중에는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아 대화를 주고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과정에서 김 상임위원장과 5차례에 걸쳐 5~10분 정도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며 “헌화를 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전체 과정에서 줄곧 김 상임위원장과 옆에 있거나 앞뒤로 가까운 거리에 서 있어 자연스럽게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내가 대통령 특사로 왔다는 소개를 하면서 명함을 건넸다”며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와 진정성에 대해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언이나 친서 전달은 없었으며,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찾아가 말을 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 관계자는 “윤 의원이 출국 전에 북측과 자연스러운 접촉 기회가 오면 박근혜 정부의 남북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50대 초반의 윤 의원은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한 친박계 핵심 의원으로, 지난 2월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됐다. 팔십대 후반의 고령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이다. 국가 정상들이 참석하는 각종 국제행사에 북한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지난달 22~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도 북측 대표로 참석했다. 당시 한국 대표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조우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지만, 두 사람 간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 푸틴에게 친서=이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윤상현 의원을 통해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이하는 한·러 관계의 발전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담은 친서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 전승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푸틴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현일훈·안효성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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