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신문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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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이나 일본을 여행한 사람들은 그 곳 신문을 받아보며 때때로 놀랐을 것이다.
바로 그날 일어난 뉴스의 사진이 원색 그대로 1면에 게재되어있는 지면을 볼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그렇고, 일본의 아사히(조일)나 요미우리(독매)신문이 또한 그렇다.
예사로 보아 넘기면 그만이지만 전문기술자나 신문인들의 눈엔 그것이 가히 신문산업의 혁명적인 변화로 보인다. 원색인쇄란 그처럼 간단하고 수월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시간과 선명도다. 하루전에 신문의 간지를 미리 찍어 놓는 프리 프린트의 경우와는 다르다.
신문은 분초를 다투며 눈 깜박할 사이에 적어도 수십만부를 인쇄해 내야한다. 우리나라에도 1백만부를 넘는 신문이 있고 보면 1면에 컬러사진을 게재하는 일은 공정상 혁신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선진 외국에서 그런 시도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신문인들의 눈엔 선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컬러 텔리비전 시대를 맞고 있으며 신문은 엄연히 산업으로서 그에 도전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속사정이 없지 않다. 아니, 그보다도 독자들의 기호와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절박한 이유도 있다.
우리가 이번 LA올림픽에서 김원기 레슬러의 승전보를 보던 날, 중앙일보가 그 생생한 원색 사진을 1면에 실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또한 한국 신문인쇄의 승전보나 다름없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것은 신문산업의 개가이며 한국신문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이런 인쇄시설은 우선 3대의 오프세트 고속 윤전기가 한 라인에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다음은 4색도의 인쇄를 끝낸 지면을 한자리에 모아 접는 일이 문제다. 바로 그 일을 해내는 장치가 「베이 윈도 시스틱」 (Bay Window System)이다.
중앙일보는 새 사옥으로 공장을 옮기며 비로소 그런 설계와 실비의 설치가 가능했다.
컬러신문시대는 어느 한 신문의 자랑이나 데먼스트레이션에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어느 신문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신문도 이젠 하드웨어의 구태의연을 벗고 다른 어느 분야와도 경쟁할 수 있는 첨단의 하드웨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것은 누구보다도 독자가 바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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