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모욕 신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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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법원이 판사들의 고압적인 재판 진행과 법정언행에 대해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고령의 증인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 지모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김정부(마산갑) 의원의 부인 정모(61)씨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모(66)씨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특정 동물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이씨는 김 의원의 이종사촌으로 지난해 총선과정에서 지구당 등에 선거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지 판사는 신문 중 이씨가 자금을 전달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하자 "재판장을 설득해야지. 당신 아이큐가 얼마냐. 거의 X수준이구먼"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지 판사는 또 이씨에게 "초등학교는 나왔느냐"는 등의 학력을 비하하고 무안을 주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지 판사는 "증인이 돈 심부름을 한 것이 주인의 심부름에 충실한 동물의 행위와 비슷해 그렇게 말을 했을 뿐"이라며 "증인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계속 모르쇠로 일관해 다그치는 차원에서 동물에 비유한 것이 오해를 사게 됐다"고 해명했다. 지 판사는 또 "초등학교 발언은 '초등학교를 안 나온 사람이면 그렇다(증인처럼 제대로 설명을 못 할 수 있다)'는 말이지 학력을 비하하는 뜻에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 부인은 지난해 총선 때 거액의 불법 선거자금을 살포한 혐의로 기소돼 도피생활을 하다 궐석재판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1일 항소심 재판 도중 법정구속됐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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