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캭 ! 유료관객 21명 … '윤밴' 유럽 분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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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성식 기자]

윤도현 밴드(이하 '윤밴')의 유럽 순회 공연은 그들 말마따나 '무모한 도전'이었다.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약 20일 동안 그들은 버스를 타고 영국.네덜란드.독일.이탈리아를 돌아다녔다. 한국에서는 1만 관객도 어렵지 않게 불러모으는 '윤밴'이지만 유럽에서 관객동원은 최악이었다. 심지어 유료관객이 21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에서 자고 컵라면과 즉석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강행군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불렀고,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자부한다.

내년 1월 5일 개봉하는 '온더로드, 투'(감독 김태용)는 '윤밴'의 유럽 순회 공연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한국 뮤직 다큐멘터리가 국내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강산에의 아시아 음악여행 다큐멘터리 '사우트 오브 아시아'(감독 겐 마사유키)가 소개된 적이 있지만 극장 개봉은 일본에서만 했다.

26일 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윤도현(33.사진)은 기획의도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한국에서는 편안하게 음악하고 있지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힘들어도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유럽 순회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그는 "주변에서는 극구 만류했지만 우리 밴드에는 뭔가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였다"며 "만일 유럽 공연이 없었다면 몇 년 뒤 밴드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밴드에서 드럼을 치는 김진원(35)은 "유럽에서는 유명 록밴드가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인디밴드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공연홍보도 일부러 교민보다는 현지인을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영어로 된 제목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길 위에서, 두번째'지만 이 영화가 속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투'라는 말을 붙인 것은 10년 전 데뷔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밴드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윤밴'의 음악 외에도 유럽 공연의 생생한 뒷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함께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 영국의 록밴드 '스테랑코'와 즉석에서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노랫말 중 '결국은, 결국은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지'라는 부분은 이들이 여행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암시한다. 다만 뮤직 다큐멘터리의 성격상 이야기보다는 음악에 중심을 뒀기 때문에 윤밴의 팬이거나 록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영화는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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