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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조건 사상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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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수입 물가가 수출 물가에 비해 훨씬 빠르게 오르면서 외국과 무역을 하는 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물량을 기준으로 한 교역조건은 1988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 반도체.전기전자제품 등 주력 수출품의 단가는 떨어진 반면 수입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원유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9일 지난 1분기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0년=1백 기준)가 86.8을 기록해 전분기(90.7)에 비해 4.3% 떨어졌다고 밝혔다. 2000년에 수출품 1백단위를 팔아서 번 돈으로 수입품 1백단위를 살 수 있었다면 이제는 87개 남짓 밖에 살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1분기 수출 물가는 2.3%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수입 물가는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6.9%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2분기(96)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1분기에 12.9%나 오른 것이 교역조건을 크게 악화시켰다"며 "그러나 유가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2분기 교역조건은 다소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7%).정보통신기기(-3.9%).전기전자제품(-5.3%)은 지난 1분기에 수출단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반도체는 4분기 연속, 정보통신기기는 3분기 연속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승용차(4.6%).타이어(5%).철강(4%) 등의 수출단가는 상승했다.

수출 물량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물량지수는 1분기에 1백17.3으로 전분기(1백27.8)보다 8.2% 하락했다. 이에 따라 수출해서 번 돈 전부를 갖고 수입할 수 있는 양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백1.8로 전분기(1백15.9)보다 12.2%나 떨어졌다.

수입 물량도 약간 줄었다. 1분기 수입물량지수는 1백14.2로 전분기보다 2.8% 떨어졌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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