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슬링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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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도 드디어 금메달을 땄다. 대회 나흘째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2㎏급에 출전한 김원기선수가 결승에서 스웨덴의 「요한슨」 선수를 물리치고 우승했다.
김원기의 금메달은 LA올림픽에 참가해 선전분투하고 있는 우리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첫번째 메달이란 점에서 우선 경하를 보낸다.
그 금메달은 특히 그간 단 하나의 메달도 얻지 못하고 부진한 성적을 보여온 우리 선수단의 침울한 분위기를 일신하는 청량제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에 틀림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원기의 금메달은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이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미국의 LA라는 사실을 생각케 된다.
60년대이래 우리 동포들이 미주에 이민·정착하면서 피눈물나는 노고를 극복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 지난 세월의 고통을 잊은 채 모국의 선수들이 태극마크도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겨루어 이기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 같은 충정은 지난번 입장식에서 ABC방송이 부당하게 광고방송으로 묵살했던 한국팀의 입장장면 소멸방영때 일시 폭발된 바도 있다.
그 때문에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그 하늘에 태극기가 오르며 애국가가 물러 퍼졌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동포들에게 주는 감격이 크다는 것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김원기의 금메달은 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이라는 신개지를 개척한 성과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수 있다.
레슬링 경기가 우리에게 소개, 도입된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나 그것은 자유형 종목뿐이었고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우리의 양정모 선수가 사상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그 종목이었다.
이번 그레크로만형의 우승은 아직 덜 익숙한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재빨리 개가를 올린 것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의가 크다.
김선수를 비롯한 우리 선수들이 새로운 종목에 적응하고 이처럼 눈부신 성과를 올릴 수 있기까지 그동안 남 모르는 땀을 얼마나 쏟았으며, 새로운 기술과 작전을 터득하느라 얼마만한 연구와 고심을 했었는가를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김원기선수의 금메달은 바로 그 같은 우리 레슬링 선수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보람이다.
그런 성실과 노고는 반드시 영광의 보상이 따른다는 철칙의 교훈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 올림픽 선수단이 김원기 선수의 금메달에 호응하여 심기일전, 투지있게 경기에 임할 때가 되었다.
더 많은 금메달을 기대하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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