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글로벌 톡톡] 스코틀랜드 의석 SNP에 몰아준 이유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26호 15면

나는 한국인들로부터 종종 “한국은 고래 사이에 낀 새우”라는 말을 듣곤 한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강대국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내 고향인 스코틀랜드도 유사했다. 유럽의 강대국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난을 겪었다.

현재는 영국에 속해 있는 동시에 유럽연합(EU)에도 들어가 있다. 스코틀랜드의 인구는 520만 명에 불과하다. 영국 전체 인구(6300만 명)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EU 인구의 100분의 1 정도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문제 때문에 이따금 국제적인 관심을 끌곤 한다. 지난 7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도 스코틀랜드는 관심 포인트 중 하나였다. 민족주의가 선거의 핫이슈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스코틀랜드 지역 59석 중 56석을 휩쓸었다. SNP 사상 최대의 승리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도 압승을 거둬 단독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보수당이 공약으로 내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2017년 내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SNP와 보수당의 승리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영국 내 민족주의가 반영된 결과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됐으나 부결됐다. 주민들이 독립을 반대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아직 독립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의사표시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당장 독립국가로 나서기에는 재정과 국방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어 이를 유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이 SNP에 표를 몰아준 것은 독립은 시기상조지만 자치권을 확대하고 더욱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교적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상황은 만만치 않다.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난으로 인해 유로화는 위기를 맞고 있다. 수백 명을 태운 아프리카 난민선은 지중해에서 잇따라 침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는 EU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EU 탈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EU 이슈들로부터 벗어나 일자리 창출 등 국내 문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일반 시민들은 EU가 안고 있는 복잡한 정치 문제들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듯 향후 영국에서는 EU 탈퇴와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립이나 탈퇴를 통해 큰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되면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으로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바람막이가 사라져 발언권과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으로 불거진 영국 내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책임과 역할이 커진 보수당과 SNP가 내놓을 정책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커스티 테일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