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부 월 소득 108만원 … 13%가 ‘4중고’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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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임모(73)씨는 아내 김모(72)씨를 살해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던 임씨는 손목을 그어 위중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였다. 부부는 연립주택 반지하방에서 단둘이 살았다. 남편 임씨는 10년 넘게 신부전증을 앓았고, 아내 김씨는 폐결핵이 악화되면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몸이 아파 돈을 벌 처지가 못됐다. 가족이나 이웃과 왕래도 거의 없었다. 자녀가 있고, 독거노인이 아니어서 외부의 보살핌도 받지 못했다.

 임씨 부부는 보통의 노인부부가 처한 네 가지 고통을 모두 겪고 있었다. 4고(苦)는 경제(빈곤)·건강(질병)·소외·무위(無爲·하는 일이 없음)를 말한다. 한국 노인부부가 사는 가구의 13%는 임씨처럼 위기의 가구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011년 노인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노인부부끼리 사는 4077가구의 생활상태를 분석해 8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보사연은 주거 상황, 경제상태, 건강상태, 여가 및 사회참여, 사회관계, 서비스 이용(가사·간병 도우미 등 사회서비스 정기적 이용) 등을 조사해 노인부부의 4고 실태를 밝혔다.

 노인부부 4077가구 중 27.4%(1117가구)는 세 가지 문제를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정경희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노인부부 가운데 40%가 위기 상황에 노출돼 있는데도 독거노인 위주인 복지 정책에서는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부부 가구의 평균 나이는 72.5세, 평균 2.4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자녀와 한 달에 한 번도 왕래가 없는 비율은 17%였다. 월 소득은 연금과 자식으로부터 받는 용돈 등을 포함해 108만원이었다. 노후 최저생활비 130만원(국민연금공단, 2011년)에도 못 미친다.

 노인부부로 이뤄진 가구는 늘어날 전망이다. 1995년 71만 가구에서 20년 만인 올해 128만 가구로 뛰었고, 2035년엔 292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자녀를 출가시킨 뒤 부부끼리만 사는 ‘빈 둥지 기간’도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서울대 한경혜(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예전엔 수명이 짧고 자녀를 많이 낳다 보니 자녀를 결혼시키고 나면 남은 수명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요즘엔 달라졌다. 베이비 부머(1955~63년생) 세대의 빈 둥지 기간은 19.4년으로 그 부모 세대(1.4년)에 비해 급속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양대 최성재(사회복지학) 석좌교수는 “혼자 사느냐, 부부가 함께 사느냐를 따지기보다 건강·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스더·신진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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