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개혁검객' 다케나카 칼 뺏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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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 금융난세(金融亂世)에 뛰어든 '개혁 검객'으로 불리는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52.사진)경제재정상 겸 금융상이 이르면 9월께 해임될지 모른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NYT는 다케나카가 공직생활 이후를 대비해 미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최소한 한 개 대학과 교수 또는 교환교수로 일하는 문제를 놓고 최근 수개월간 논의해 왔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전했다.

다케나카는 고이즈미 내각에 합류하기 전 하버드대.펜실베이니아대.콜롬비아대 등 미국 대학과 게이오대.오사카대 등 일본 대학에서 교수로 일했다.

이에 대해 다케나카는 "난센스"라며 부인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29일 전했다. 그러나 그의 해임설은 고이즈미 개혁정책의 후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다.

다케나카는 그동안 부실채권 정리를 포함한 과감한 은행 개혁을 주장해 서방자본의 환영을 받았다.

특히 통상적인 일본 관료와 달리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다케나카는 외국 투자자나 외국 언론의 접촉창구 역할을 해왔다.

자민당 주류는 다케나카식 금융개혁이 지속될 경우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일부 대기업의 파산이 불가피하고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NYT는 이 같은 집권 자민당 내의 압력에 밀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61) 총리가 다케나카를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고이즈미가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개혁'을 지속할지, 아니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해 개혁에서 한발 물러날지는 다케나카의 운명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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