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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 민통선 마을서 집단 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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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변에서 두루미들이 무리지어 있다. [사진제공:연천닷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임진강변 민통선 마을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산악지대가 천연기념물 제202호 두루미의 새로운 월동지가 되고 있다.

'단정학'으로도 불리는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15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희귀 조류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는 2000년 말 두루미 3~4마리가 처음 날아오기 시작한 뒤 매년 급격히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11일부터 150여 마리가 날아와 월동중이다. 또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도 30여 마리가 두루미와 함께 서식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절정기인 다음달이면 200여 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도래할 전망이다.

맑은연천21 이석우(47) 사무국장은 "이 곳 두루미 월동지는 평야지대인 인근 강원도 철원과 달리 산악지대인데도 두루미가 집단 월동중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두루미들은 추수가 끝난 율무 밭과 논.밭에 들어가 주로 먹이를 찾고 있다. 또 맑은 임진강물도 철새들에게 좋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곳과 맞닿은 중면 삼곶리와 횡산리 일대 임진강 여울목과 장군교 주변에는 10월 중순부터 흰뺨검둥오리.청둥오리.쇠기러기.큰거리기 등 수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무리 지어 월동중이다.

주변에는 최근 일반인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된 민통선내 경순왕릉과 북녘땅을 바라보는 안보관광명소인 태풍전망대가 자리잡고 있어 관광객들은 철새 탐조와 문화재 및 안보 관광까지 겸할 수 있어 탐조에 나서려는 환경단체 회원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DMZ(비무장지대) 생태를 조사중인 환경운동연합 DMZ특위 측은 "이 곳 두루미는 철원에 서식하지 않는 다른 부류일 가능성이 있어 연구가치가 있다"며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조류들이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는 점을 감안할 때 농경지 중 일부를 희귀 조류 서식지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환경단체들은 철새도래지와 접한 군남면 일대에 7000만t 규모의 군남홍수조절지가 2009년 조성될 경우 얕은 여울을 이루는 임진강변의 철새도래지가 사라질 위기를 맞게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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