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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한국담당 대폭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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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행정부의 한국 담당 직원들이 새해 대폭 물갈이된다.

우선 마이클 그린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19일 물러나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부장으로 부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후임에는 제임스 신 국가정보위원회(NIC) 동아시아 담당과 에이브러햄 설스키 국방부 정보담당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철두철미한 반공주의자로 알려진 신(Shinn, 한국과는 무관한 백인임)의 발탁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와 프린스턴대 박사 학위를 가진 신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가로 활동하며 큰돈을 벌었고, 조지타운대 등 학계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은 엘리트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의 제임스 포스터 한국과장도 내년 상반기에 2년 임기를 끝내고 다른 자리로 옮겨갈 예정이다. 포스터와 함께 일해 온 수 브레너 북한팀장 등 다른 직원들도 함께 이동한다.

후임 한국과장엔 국무부 국제기구국의 제럴드 앤더슨 과장이 유력하다. 앤더슨은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주한 미 대사관에 근무했으며, 한국말도 좀 하는 한국통으로 분류된다.

이와 함께 조지프 디트라니 북핵 특사도 물러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국무부의 한 소식통은 이 같은 물갈이를 "대폭적인 조수의 변화(Turn Over)"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 같은 인사 이동을 그린으로 상징되는 일본통의 몰락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유럽통의 부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 외교가에선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대표적인 지일파로 분류되는데, 그린은 이 두 사람의 맥을 이어 왔다.

힐 차관보는 지난해 8월 주한 대사로 부임하기 전까지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이번 인사를 통해 힐은 유럽에서 근무했거나 다자협상 경험이 많은 인물로 진용을 재정비하려 한다는 것이다. 힐 차관보는 최근 강경파들이 북한 위폐 제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는 바람에 입지가 좁아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한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국무부 소식통은 "힐은 한국 정부의 일반적인 분석과 달리 협상파가 아니라 현실주의자"라며 "이번 물갈이는 힐이 자신의 사람들로 스태프를 정비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한국은 더욱 공격적인 미국의 협상 전술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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