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기술협의 일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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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대·산업사회에서 선진기술의 이전은 자본의 이전과 함께 인류공동의 번영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가 약간의 시간차는 두었지만 개발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 공여해온것에 비해 일본은 그동안 기술공여나 이전에 너무도 인색했다. 그런 경향은 우리나라에 대해서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아마도 한국을 장래의 큰 경쟁자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볼때 한일 두나라의 과학기술장관이 초격자소자 등 25개 과제에 대해 공동연구사업을 벌이기로 합의 한것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의 기틀을 다진, 뜻깊은 일로 평가된다.
두나라 과학기술장관은 이밖에도 한일정부기관,공공기관및 공공연구기관 사이의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과학자·기술자등의 인적 교류와 정보교환을 확대하며 연구기관간의 자매결연도 촉진키로 합의하고 있다. 이제가지 .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오리지널리티에 우세했다면 일본은 응용기술에 능했다. 오늘날 일본의 과학기술이 미국등 으로부터 받아들인 기술을 한층 고도화,정밀화한 결과인 셈이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까닭의 하나는 외국의 선진기술을 도입할 줄만 알았지 자신의 기술을 양도하는데는 인색했던 것에도 있었다.
그동안 기술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당한 괄시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한일경제협력위등 에서는 언제나 기술협력 문제가 주요의제가 되었지만 이렇다할 진전은 보지 못해왔다.
전자업계는 가장 철저하게 일본으로부터 냉대를 받아온 업종의 하나다. 세계최대의 전자산업국인 일본은 완벽하다할 정도로 기술보안에 철저해서 첨단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낙후된 기술공여까지도 꺼려온 실정이었다.
물론 두나라 관계장관이 첨단기술과제의 공동연구에 합의 했다고해서 기술협력 관계가 본궤도에 오른다고 본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이 파트너 구실은 할수. 있을만큼 향상되었다고 일본측이 보았기 때문에 이러한 , 대의가 가능했다는 사실이 예과 될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비록 일천 하지만 첨단기술 적응능력이 퓌어나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반도체및 뇌자분야 에서 보인실속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파정을 보면 철강·자동차등「과거형산업」은 신생공업국 (NICS) 쪽으로 이전되는 추새다. 산업이 고도화할수록·경쟁력을 잃어가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개발도상국에 물려주고 기술산업에만 전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게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한일과학기술장관의 합의는 일본의 기술을 받아드릴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루어 진것이라고 보아도 될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두나라 장관의 합의를 통해 양국간의 기술협력 관계가 한층 다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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