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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는 절대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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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지만 요즈음 한국 내 상황을 보면 우리 한국 사람들이 정말 미국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정치인들이나 그들의 심중을 읽을 줄 아는 한국 내 전문가가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겉으론 크게 표가 나지 않아도 속으론 지금 한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국으로부터 각종 보도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에 미국 사람들은 기가 막혀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런 한국이 조만간 미국의 우방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고, 그런 전제하에 미국 정치인들은 한국과의 공조보다는 각기 제 갈 길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진심을 여러 형태로 표출해 왔지만 한국은 그 숨은 뜻을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시 대통령의 "북한은 악의 축" 발언이었고 최근 들어서는 주한 미국 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의 "북한은 범죄 정권"이란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한국 정부가 공을 들여도 이미 미국의 실권자들은 북한이란 '악의 범죄 집단'이 핵 개발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은 알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이 있었던 2002년 이래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왜 북한에 대한 양국 간의 시각 차이가 그동안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는가?

그 이유는 미국 정부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의 북한관을 정확하게 읽으려면 2001년 9월 11일로 되돌아가야 한다.

미국은 아직도 9.11 사건을 '테러 사건'이라고 부르며 테러란 단어에 중점을 두고 말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유엔을 무시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도,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고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을 항상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것도 모두 알고 보면 9.11 테러사건 때문이다.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던 날 전 세계 최강대국의 통수권자였던 부시 대통령은 8시간 이상을 미 중서부에 있는 공군 비밀기지에 숨어있어야 했다. 쫓기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결심한 것은 이런 테러가 다시는 미국에서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과의 강한 약속이었다.

이런 경험과 약속 때문에 항상 테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북한의 언행은 절대 미국에는 용납될 수 없으며 이런 북한을 옹위하는 어떤 국가도 진정한 미국의 우방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항상 역사의 흐름은 강자가 주도하는데 한국은 현재 세계의 최강국이 누구인지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웃집 드나들 듯 그렇게 미국을 잘 안다고 스스로 자신하면서도 말이다.

최진욱 시카고 드폴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