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씨, 땅 이렇게 사들였다|변두리 땅 먼저 사들인 뒤 "요지잠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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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주도 땅 매입사건으로 말썽을 빚고있는 이정식씨는 주민들로부터 부동산을 사들일 때 꼭 필요한 땅의 외곽지역부터 사들여 확보해 놓은 다음 통행을 막겠다고 위협하는등 꼭 필요한 땅은 땅 주인이 헐값에 팔지 않을수 없게하는등의 수법을 쓴것으로 드러났다.
이제까지 나타난 이씨의 매입수법은▲논밭이나 과수원을 살때는 현지인으로 위장전입▲현지의 중개인고용▲꼭 필요한 땅은 제쳐놓고 외곽지대의 땅을 산후 안쪽으로 통하는 통행로 차단위협▲앞으로 개발될 노른자위의 땅 주인에게 조금 큰 땅을 주고 맞바꾸는등 대규모 부동산 투기꾼들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그가 국보위 입법의원과 평통부의장등 주요 공작을 역임한 사회지도층 인사였다는점에서 현지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고있다.

<강두철씨의 경우>
표선면 가시리 1963에서 대대로 농사를 짓던 강두철씨(47)는 지난5월 싯가2천원짜리 임야4필지 7천평을 이정식씨에게 평당 1천원씩에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팔지 않을수 없었다.
당시 이 부근의 땅 값은 평당 2천원을 홋가했으나 『이정식씨가 주위의 땅 10만여평을 사들이는 바람에 한가운데 있는 내 땅 8천평은 통행로가 없어지면서 다닐수가 없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반값에라도 팔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자신의 이 땅을 팔지 않으려고 버텼으나 이씨 측에서 사들인 땅의 둘레에 철조망을 쳐서 통행로를 막는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빼앗기는 기분이었지만 어쩔수 없었다고 했다.

<오봉휴씨의 경우>
오씨는 지난5월2일 자신이 갖고있던 가시리629 임야 1천9백9평방m와 이정식씨 소유의 가시리 444번지 임야 2천59평방m를 맞바꾸었다.
당시 오씨는 비슷한 땅인데도 평수가 큰것을 가져와 작은것과 바꾸자고 하는 바람에 별생각 없이 승낙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오씨 소유의 임야는 이씨가 확보하려는 부동산의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요지로 이씨로서는 꼭 사들여야만할 땅이었기 때문에 이씨는 변두리의 땅을 더 넓게 산후 오씨에게 주고 노른자위를 차지한것으로 보인다는것.

<허정씨의 경우>
서귀포시 서호동680의1 허정씨(49)는 이씨에게 전혀 땅을 팔 의사가 없었으나 농사짓기 좋은 과수원과 바꿔준다는 바람에 강정동110의1 요지에 있는 밀감 밭 1천3백평과 임야 3백18평을 넘겼다.
허씨가 갖고있던 땅은 신시가지 예정지구로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지대가 높고 토질도 박해 평소 밀감 밭을 해안에 가까운 도로변으로 옮겼으면 하고있던 차에 서귀포시에 산다는 45후세 가량된 남자가 『서울사람이 사달란다』며 서귀포 구시가지∼중문단지사이 대로변의 밀감 밭 1천4백54평과 맞바꾸자고 해 돈한푼 안받고 교환해 버렸다는것.
허씨는 자가 땅을 팔자마자 땅값이 춤을 추었지만 농사짓기 좋은 과수원을 구했다는 기쁨에 젖어 있다가 그땅을 산사람이 이씨란것을 뒤늦게 알고 허탈감에 빠졌다. <제주=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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