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 모양으로 빚은 한국관 … 한식은 스토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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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밀라노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한식=싸구려 음식’으로 많이 알고 있다. 고급화 전략을 통해서 그런 이미지를 바꾸려고 한다. 일본의 스시처럼 한식도 프리미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엑스포(EXPO)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1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개막한 ‘밀라노 엑스포’의 주제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다. 한국은 총 사업비 329억원을 들여 달항아리 모양의 한국관을 세우고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란 주제를 내걸었다. 10월 말까지 열리는 밀라노 엑스포는 145개국이 참가하고 약 2000만 명이 관람할 전망이다. 개막식 날 한국관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 한식, 어떻게 어필할 건가.

 “‘이게 싸요’ 혹은 ‘이게 경제적 가치가 높아요’로 접근하지 않는다. ‘이건 매력적이에요’로 어필할 거다. 사람들이 먼저 판단하는 건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감성적 판단이다.”

 - 한식은 ‘한류’의 핵심 코드 중 하나다.

 “맞다. 역대 정부도 ‘한식 세계화’를 강조했다. 그런데 너무 산업적으로만 접근했다. 음식은 문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자의 문화권에서 음식이 어떤 방식으로 서빙되는지 보라. 산업적으로, 영양학적으로 서빙되는 게 아니다. 문화적으로 서빙된다. 그래서 한식에는 스토리를 담아야 한다.”

 엑스포는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담당했다. 문체부에서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종의 ‘소방수’로 투입된 셈이다.

 - 한식 세계화를 산업이 아니라 문화로 접근하는 건가.

 “나는 그렇게 본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오찬과 만찬을 문체부에서 준비했다. 그때 한식과 스토리를 함께 서빙했다. 외국 정상들이 다들 감동했다.”

 - 어떤 식으로 서빙했나.

 “밥상을 스크린으로 만들었다. 그 위에 음식을 담은 접시가 서빙될 때마다 동양화가 쫘악 펼쳐지도록 했다. 미리 접시 밑에 칩을 심어 두었다. 가령 흉년이 들었을 때 구휼음식으로 썼던 ‘도토리죽’을 서빙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스토리를 함께 소개하는 식이었다.”

 한식에 스토리를 담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하는 시도였다. 밀라노 엑스포에서도 그런 시도는 이어졌다. 로봇팔을 활용해 연출한 한국관의 ‘음식의 심포니, 균형’ 퍼포먼스에 외국인 관람객들의 박수가 터졌다.

 김 장관이 막상 선진경제나 창조경제 관계 회의에 가보면 주로 제조업 이야기를 하고, 문화 이야기는 빠져있다. 그런 점을 지적하면 ‘한류가 경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나?’라고 물어온다. 그럴 때 딱히 제시할 구체적인 수치가 별로 없다고 했다.

 - 데이터화가 왜 중요한가.

 “데이터가 있어야 문화에 힘이 실린다. 한류 드라마와 K팝 때문에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잘 팔리는 건 누구나 안다. 피부로 절감할 정도다. 그런데 그 영향력을 입증할 구체적인 데이터는 없다.”

 - 문체부가 인사 문제 등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많이 안정됐다. 오해도 좀 있었다. 정말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기회는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내가 안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일의 성공이다.”

밀라노=글·사진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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