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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도 막힌 도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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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며칠 서울· 중부지방에 내린 호우로 수도서울을 비롯한 여러 굿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장마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일단 남하했다가 다시 찾아오리라는 기상예보대로라면 이러한 피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그 정도가 더욱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수재는 천재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있는지는 몰라도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강마와 포우에 대한 경각심과 대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중부지방의 수재내용만 보아도 서울시내 도처에 파헤쳐 놓은 공사장, 무너질 위험이 있는 축대와 담장등이 장마에 대비하여 과연 얼마나 성의있게 점검되었는지 의문이다.
수재예보가 내려졌기 때문에 주민 각자가 자기 주변의 수재위험 여부를 점검하고 대비했더라만 피해는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큰 공사를 진행중인 건설업자나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사고의 위험이 어디 있는가를 살피고 위험이 발견되면 즉각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대책강구에 태만하거나 책임만을 서로 미루다가 피해를 당한 뒤에 가서야 원인을 캐본들 손실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이다.
당국도 수재예보를 발령하는 것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의심나는 공사장이나 구조물에 대한 엄밀한 진단을 사전에 실시하여 위험이 예상되는 대상에 대해서는 이를 보수하거나 사전 대피시키는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당국의 선도와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만이 재난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최선의 방책임은 두말할 것이 없다.
이번 이틀간에 걸친 장마로 드러난 또 한가지 문제점은 하수도의 부비이다. 불과 1백㎜정도의 비로 서울시내 중심가의 대로는 물론 강남의 신시가가 물바다가 돼 사람의 통행은 물론 차량이 움직일 수 없었다. 하수도가 막혀 갑자기 불어난 수량을 배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하수관 시설은 작년말 현재 7천2백86㎞로 소요 시설의 86%다. 그러나 이미 설치돼 있는 하수도 시설도 상당수가 너무 낡아 파손되거나 관의 크기가 좁아 비가 오면 침수되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시자체 분석에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 하수도 보급률은 8%에 지나지 않아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5차 5개년 계획기간중 5천3백여억원을 투입, 86년까지 25%선으로 끌어올린다니 점차 나아지리란 기대는 갖는다.
그러나 비가 오면 시내가 물바다가 되는 원인은 이처럼 하수도의 보급이 불충분한데도 원인은 있으나 그것뿐만은 아니다. 그 좀은 하수도에 시민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까지 끼여들어 물의 흐름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버린 음식물 찌꺼기가 개숫물과 함께 하수도로 들어가고 길거리에 버린 휴지· 담배꽁초등 잡다한 쓰레기가 합세하여 그렇지 않아도 협소한 하수관을 막고 있으니 약간의 비만 오면 물은 흐를 곳이 없어 다시 집이나 길로 역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쓰레기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물난리를 줄이는 한가지 방법이다.
장마는 해마다 오고, 수재는 이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천재는 아니다. 당국과 국민의 협조와 노력으로 그 피해를 극소화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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