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주차장 예약 OK … 공공데이터 개방·공유 성과 나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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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호 21면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정부 3.0 체험마당’이 개막했다. 관람객들이 ‘청년창업스토리관’에서 식약처의 공공데이터를 사용한 화장품 성분분석 서비스 ‘화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행사엔 8개 기업이 참여해 공공데이터 민간활용 사례를 선보였다. 홍주희 기자

#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바로매치’는 아마추어 축구팀 매칭 애플리케이션이다. 전국의 공공체육시설 정보를 확인해 구장을 예약하고, 맞붙을 팀을 찾아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앱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공체육시설 정보를 개방한 덕분이다.

정부 3.0 체험마당 가보니

#‘파크히어’는 온라인 주차 예약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차장 위치정보를 받아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곳을 검색해 자리를 확보해 준다. 수요·공급에 따라 차등화한 주차료를 제시해 부담도 덜어 준다.

이는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정부 3.0 체험마당’에 소개된 창업사례들이다. 3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이 행사는 정부 보유 공공데이터를 민간이 자유롭게 활용토록 한 ‘정부 3.0’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자리다. 44개 중앙 행정기관과 17개 지자체가 참가해,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30일 찾은 전시장 입구엔 ‘청년창업 스토리관’이 있었다. 이곳에는 ‘정부3.0’의 핵심 취지인 공공데이터의 민간 개방 성공사례가 총집합해 있다. ‘바로매치’ ‘파크히어’를 비롯해 문체부·국토교통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개방한 정보를 활용해 창업한 8개 기업의 부스가 있었다.

‘버드뷰’의 ‘화해’는 화장품 성분 조회 서비스다.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성분을 따져 구매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데서 착안했다. 식약처의 화장품 성분 분석정보를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올해 2월 다운로드 100만 건을 돌파했다. ‘텐핑거스’는 ‘서울 데이트팝’을 운영한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명소 데이터 ‘투어 api 3.0’을 통해 서울의 데이트 코스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단순한 맛집이나 명소 안내가 아니라 이동 경로를 지역·테마별로 소개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하반기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학습용으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도 있다.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인 ‘네이처링’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생물종 목록과 기상청의 동네예보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받았다. 야외활동 중 동식물 사진을 찍어 올리면 그와 관련된 생태지식을 얻을 수 있다. 레저와 학습이 결합된 서비스인 셈이다.

이처럼 소소하지만 시민의 일상생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서비스는 2013년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데이터법)’이 제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정부가 각종 공공데이터를 개방하자 민간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보태져 신뢰도 높고 효과적인 서비스를 낳은 것이다.

‘정부3.0 체험마당’ 부대행사로 열린 ‘안전데이터 활용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 시상식.

공공데이터 경진대회 통해 창업 육성
‘정부 3.0’이 3년차를 맞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정부가 직접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까지 제공해 민간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정작 공공데이터 개방엔 소극적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결국 지난해 말 국무총리 소속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정책의 궤도 수정을 결정하면서 정부는 민간 주도의 서비스 개발을 장려하기로 했다. 공공데이터 개방뿐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지원에도 적극 나서는 것이다. 각종 경진대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청년창업 스토리관’에 참가한 기업 ‘카페인모터큐브’도 그중 한 곳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개최한 ‘DB-스타즈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국토부의 차량 정비 이력정보를 활용해 정비 예약, 안전진단 등 차량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안세준 카페인모터큐브 대표는 “정부가 제공한 믿을 수 있는 기록과 정보를 통해 정비업소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3.0 참여마당’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부대행사가 열렸다.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가 주최한 ‘안전데이터 활용 창업 아이디어 해커톤’이다. 최근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공공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공모했다. 총 56개 팀이 접수했고 15개 팀이 본선에 뽑혔다. 초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이 등산로 정보, CCTV 위치정보, 공공요금 정보, 축산 안전데이터 등을 활용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대상은 선린인터넷고의 ‘엄마 손은 약손’팀이 받았다. 스쿨존·어린이집 정보 등을 접목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디어였다. 정부는 올 하반기 창업경진대회에서 다시 평가를 하고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데이터 개방 2.6배, 앱 개발도 9배로
행자부에 따르면 2013년 5000여 건이었던 데이터 개방건수는 지난해 1만3000여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데이터 이용건수도 1만4000건에서 14만4000건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데이터 개방은 앱 개발로 이어져 개발건수도 42건에서 395건으로 9배 늘었다. 공공데이터 개방이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공공데이터의 민간 활용이 더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제·사회적 효과가 큰 ‘국가 중점 데이터’를 선정해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데이터 빅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창업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김진형 위원장은 “공공데이터가 전 분야에 걸쳐 활용되면서 새 성장동력이 생겼다”며 “더 많은 활용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민간이 원하는 고부가가치 데이터를 개방해 창조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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