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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성명」정신. 어디로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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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 4공동성명」 1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아무런 진전과 기대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날을 회고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타국의 지배하에 있던 신생국가들의 최대 과제는 일반적으로 민주화와 산업화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 상태에서 전쟁을 치렀고 전쟁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아직도 대치상태를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신생국과는 달리 평화와 통일이라는 보다 어려운 과제를 하나 더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제는 민주화 산업화의 짐을 더욱 무겁게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현 상태에서 우리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국력, 특히 군사력을 강화하여 북으로부터의 침략기도를 사전 방지하거나 사후에 격퇴할 수 있는 안보력들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이것은 결국 민족전체의 희생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런 민족 공유의 고통을 해소키 위한 노력의 하나가 바로 7·4공동성명이었다.
12년전 이날 남북한 당국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원칙을 포함하여 상호 도발의 방지, 다방면의 상호 교류, 남북적 회담의 성사, 남북 상설 직통전화 개설, 남북조절위 구성등에 대한 합의 문서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발표했다.
그 후의 사태는 대체로 이런 원칙에 따라 발전됐었다. 남북을 왕래하는 회담이 열리고 직통전화가 개설됐다. 전방에서도 총격과 방송전이 중지됐었다.
그러나 이런 상태는 1년을 겨우 넘긴후 북한측의 「8· 28성명」 에 의해 일방적으로 백지화하고 말았다.
그동안 북한은 군사력을 증강하여 병력만도 20만명이 늘었고 휴전선밑으로 땅굴을 팠다.국내 국외에서 계속 테러사건을 벌이고 무장간첩을 침투시켰다.
우리측은 최고 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아무 조건없는 대화를 제의,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 무슨 문제라도 토의하자는 보편적· 개방적인 원칙을 내놓고 있으나 북한은 계속 이를 외면해 왔다.
우리는 휴전선의 긴장 완화를 위해 중무장된 비무장 지대에서의 무장철거, 남북군사훈련의 사전 통보 및 상호 참관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이것마저 거부했다.
7· 4성명에서 제시된 가장 중요한 정신의 하나는 남북이 직접문제해결에 임한다는 민족자결주의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우리의 남북 양군 직접회담을 거부하고 외세를 포함시긴 3자회담만 고집,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
7· 4성명이 비록 정지상태에 있으나 우리는 그것을 민족적 합의라는 소중한 가치임을 명심하고 계속 이를 존중하면서 북한도 하루속히 「7· 4성명」 정신에 복귀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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