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섬유업체 담보 미흡해도 은행들 마지못해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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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구 섬유업체들에 대해 이 달 말까지 1백억 원의 긴급자금을 물도록 지시 받은 해당은행들이 은행의 손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할당된 자금을 풀 길을 찾느라 골치를 앓고있다.
정상적으로 충분한 담보를 잡거나 평소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을 한다면 못나갈 돈이 태반인데 자금을 빨리 풀라는 한은의 성화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당은행들은 동국무역, 남선물산, (주)갑을 등 섬유3사의 중소계열사, 하청업체들이 갖고 오는 어음을 한은으로부터 할당받은 금액비율대로 할인해주되 ▲차주는 각계열사들이 아닌 모기 업으로 하고 ▲이들로부터 담보를 요구하거나 그것도 없으면 단자사의 보증을 받아오도록 현재 대구의 섬유3사가 잡힐 수 있는 담보는 재고로 쌓인 화성제품인데 유행에 뒤져 계속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선뜻 담보로 잡기가 곤란한 물건들이다.
그나마 은행에 따라서는 전체 지원자금 1백억 원의 절반 정도를 책임량으로 떠맡은 은행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단 자사들마저 선뜻 보증서주기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한은이 각 항별로 할당한 금액은 ▲상업은행이 (주)갑을 계열 5억원 ▲장기신용은행이 동국무역계열 3억6천만원 ▲외환은행이 남선물산계열 약 25억원 ▲제일은행이 동국무역계열 약 60억원 규모인데 할당받은 금액이 적은 상은과 장기은은 자금방출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러졌다.
그러나 비록 금액이 적더라도 섬유3사의 계열사 하청업체들은 모두 약 1천5백개 사에 이르므로 이들이 갖고 오는 어음을 일일이 일정비율만큼 할인해준다는 것은 업무량으로 보아도 보통 일이 아니다.
또 이번에 「혜택을 보게된 일부 섬유업체는 하청업체 계열업체의 보유어음할인으로 지원되는 자금의 일부분을 직접 달라고 공공연히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은행관계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있다.
한편 각 은행은 28일부터 한은지시대로 본격적인 어음할인에 들어갔는데 한 은행관계자는 『통화긴축과 은행자율화, 불건전채권정리를 강조해온 한은이 은행별, 업체별로 얼마 하는 식의 구제금융을 할당하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금융보다 정책이 우선하는 풍토가 여전한 이상 은행의 자율경영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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