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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정치적 집회 안 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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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

최근 광화문 광장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것은 폭력 시위로 얼룩진 세월호 1주기 집회 때문이다. 경찰의 채증 자료를 보면 경찰버스는 험악하게 망가졌고 차체에는 스프레이 페인트 낙서가 흉측하게 남았으며 의경들은 귀가 찢어지거나 유리 파편에 머리가 찢겼다. 심지어 집회 참가자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일도 벌어졌다. 한마디로 공권력(公權力)이 공권력(空權力)이 됐고 법치국가가 무법천지로 변해 버렸다.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애통하고 망극한 마음을 모르지 않는다. 국민은 지금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속죄의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이 반발해온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논란에 대해 “진상 규명 특별법에 따른 시행령,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신경을 많이 쓰기 바란다”며 원만한 해결을 지시했으며, 팽목항에서 대국민 발표문을 통해 “필요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를 마친 유가족·참가자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 ‘시행령을 폐기하라’ ‘박근혜는 물러나라’ 등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국민은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적 집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광화문 광장에서는 정치적 집회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즉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보자. “이 조례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광화문 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그리고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광장 환경을 조성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하여야 한다”(제3조제1항). 따라서 법상 광화문 광장에서는 정치적 집회가 허용될 수 없고, 불법 집회와 폭력 집회는 더더욱 용납될 수 없다. 그리고 “시장은 사용 허가 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를 검토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며”(제6조제1항)라고 하여 광화문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고, 다른 법령에 의해 이용이 제한되면 허가를 하지 못하도록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즉 광화문 광장의 조성 목적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활동’이다. 여기에 정치적 집회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그리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광화문 광장 인근에 있는 청와대와 정부 서울청사, 주한 미국대사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제11조).

 따라서 정치적 목적의 세월호 집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지속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라는 건 명백하다. 더군다나 불법 집회와 폭력 집회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본다. 심지어 세월호 집회 후 세월호 실종자 가족 2명이 불법 시위를 중단할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즉 “부디 유가족들을 포함한 피해자 가족들이 물대포와 캡사이신·최루액을 맞으며 아들 같은 의경들과 악에 받쳐 싸우게 하는 걸 멈춰 주십시오.” “자식 잃고 생기를 잃어 가는 부모들을 국민이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는. 슬픔과 분노를 표시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겠지만 세월호 유가족은 부디 극기복례(克己復禮)해 슬픔과 분노를 한 차원 승화시켜 국민의 모범이 돼 안전한 국가를 만들고 갈등으로 찢어진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쓸쓸히 바라보고 있을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두 분의 공통점이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했다는 점일 것이다.

김재광 선문대 경찰행정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