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하반기경제를 점쳐보면…돈줄는 더욱 죄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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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는 최근 과속성장에 대한 제동작업에 부심이다.
당초 목표보다 「성장」폭에서 너무 속력을 낸 나머지 국제수지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새로 짜겠다는 것도 그래서다.
올해 목표성장률은 7·5%였으나 지금의 추세라면 9%선을 넘을 전망이다.
이같은 초과달성은 이미 작년부터다.
기대이상으로 수출이 활기를 띤데다 그동안의 부양책에 힘입어 내수경기가 계속 강세를 보여온 결과다.
그러나 국제수지쪽에서는 목표했던 10억달러적자억제선이 지난5월말로 깨어졌다.
KDI (한국개발연구원) 전망으로는 경상적자가 잘해야 14억∼15억달러, 한은에서는 작년보다도 많은 17억달러선에 이를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반기업으로 치면 급속한 외형성장의 대가로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지고있는 셈이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하반기 정책방향도 외형을 줄여서라도 더이상 재무구조가 나빠지지 않도록 해보자는것이 그 골자다.
대외여건 역시 당초기대를 벗어났다.
외채의 이자부담과 직결되어있는 국제금리가9·5∼10%(유리금리기준)선에서 안정될것으로 예상했던것이 12%선에 달할 전망이다.
국제수지적자의 구멍을 메우는데 큰 역할을 했던 해외건설수입마저 중동경기퇴조로 감소일로에있다.
선택의 여지는 수입폭을 줄이는 수밖에 없으나 이것 역시 수인자유화라는「대세」를 기본정책으로 묘방하고 있는만큼 품목별로 일일이 규제하기도 난처하게 되어있다.
결국 돈줄을 죌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총통화증가율로 보면 연초의 경제운용계획상에는 11∼13%로 잡았었으나 10%이내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만약 8%수준의 성장을 하면서 이정도 통학공급으로 견뎌낼수 있다면 우리경제는 하반기들어 사상 최강도의 긴축을 경험하게되는 셈이다.
기업을 비롯한 시중자금사정이 그만큼 어려워질것이다.
그렇더라도 국제수지를 당초목표대로지키기 위해서는 침아나가야 한다는게 정책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국제수지의 적자가 몇억달러 더나고 덜나고의 차이가 아니라 경제전체가 약간 들뜬 분위기 속에서 굴러가고 있다는데있다.
최근의 경제성장이 소비중심으로 이끌어져 왔으며 이것이 수입을 크게 늘렸다.
총 소비증가율의 당초목표가 4·3%정도였으나 지난 1·4분기의 민간소비증가율은 곱절수준인 8·2%를 기록했는가 하면 고정투자증가율은 목표8%에 크게 못미치는 6·2%에 불과했다.
향락산업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같은 과소비무드속에서는 「저축을 늘려서 외채를 갚아나가겠다」 는 대명제의실현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왔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솔직한 우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긴축정책의 강행이다.
문제는 닥쳐올 긴축을 어떻게 소화해내는가, 또 그를통해 국제수지악화등을 포함해 지금까지 노출된 어려움들이 원만히 해소될 것인가등에 달려있다.
더우기 정부가 현행 저금리체제를 계속 고수해나는한 통화긴축의 강도는 한층 더 높아질수밖에 없다.
금리쪽에서나누어 부담해야할 몫을 통화쪽에서 전담해야함으로써 돈줄을 더욱 단단히 죌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돈줄은 다소 늦추는 대신 금리를 다소 올려주는 폭이 쪽이 긴축목표에도 부합되고 현실적으로도 합리적이라는 지적등에 대해 정부당국은 여전히 거부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행금리체제아래서 긴축을 강행하고 그러면서도 저축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 정부당국의 일관된 태도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까지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셈이다.
어떤 묘수가 나올지 두고볼 일이다. <이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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