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치개혁안 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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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홍콩 시민이 21일 밤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행정장관 직선제'등 민주화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입법회에선 이날 정부 측이 내놓은 정치 개혁안에 대해 찬반 표결을 실시했다. [홍콩 AP=연합뉴스]

중국 행정특구인 홍콩 정부의 정치개혁안이 21일 입법회(의회 격)에서 부결됐다.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민주화 세력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홍콩 입법회는 이날 표결에서 찬성 34, 반대 24표로 정치개혁안을 부결시켰다. 반대 표는 민주파 의원 25명 가운데 24명이 던진 것이다. 개혁안은 '미니 헌법'과 마찬가지인 홍콩 기본법을 개정해야 돼 전체 의석(60석) 중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필요했다.

개혁안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2007년부터 행정장관 선거인단을 1600명(현재 800명)으로 늘리고, 입법회 의석을 60석에서 70석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민주파 의원들은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일정이 빠졌다"며 반발했다. 이날 입법회 건물 밖에선 수백 명의 시민들이 직선제를 조속히 도입하도록 요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다. 1997년 홍콩 주권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실시됐던 세 차례의 행정장관 선거에선 중국 정부가 내정한 인물을 선거인단이 사실상 추인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홍콩 정부가 이날 내놓은 개혁안도 우여곡절 끝에 마련됐다. 도널드 창 행정장관은 4일 10만 명이 참가하는 가두시위가 벌어진 뒤 입법회 임명직 의원(현재 30명) 숫자를 2008년 10명으로 줄이고 2012년에 완전히 없애겠다는 내용의 타협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파들은 "최소한 2012년엔 행정장관을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따라 2007년 임기가 끝날 도널드 창 행정장관으로선 중국 지도부의 재신임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직선제 쟁취'를 위한 민주화 운동도 가열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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